검찰, '급성 중독' 사고에 중대재해법 적용 '미적'
‘집단 중독’ 두성산업 대표
중대재해법 위반 첫 기소
13명 피해 대흥알앤티에는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만
정부 기조 ‘눈치보기’ 지적
지난 2월 경남 김해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흥알앤티 사업장의 쇼트처리 공정에서 세척일을 하다 유독물질 트리클로로메탄에 중독되는 피해를 본 강지훈씨(30·가명)는 여전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넘었는데도 온몸에 난 두드러기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모낭염’ 진단을 받았다. 병원은 ‘직업적 노출에 의한 모낭염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간 약을 먹느라 피부과 약도 먹지 못한 강씨는 최근에야 약 치료 중이라고 했다. 경제활동도 못하고 있다는 강씨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억울했다”고 28일 말했다. 창원지검은 지난 27일 13명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대흥알앤티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는 무혐의 처분을 하고,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강씨는 “제 몸이 이렇게 됐는데 책임자는 제대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만 검찰은 대흥알앤티 사건 외에 같은 유독물질에 중독돼 16명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경남 창원시 소재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 두성산업에는 중대재해법을 적용했다. 검찰은 두성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검찰의 첫 기소 사건이다.
검찰은 두성산업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면서 “최소한의 보건조치인 국소배기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독성간염에 이르게 된 사실이 인정됐다”고 했다. 반면 대흥알앤티는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준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수사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적인 ‘이행’보다는 ‘구축’에만 방점이 찍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대재해법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과 보건 확보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뿐만 아니라 그 이행에 관한 조치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유해·위험 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규정한다. 중대재해법이 올해 1월27일 시행돼 아직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법을 온전히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법 후퇴 기조가 검찰 수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려한다.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건인 삼표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딘 것 역시 ‘정부 눈치보기’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민주노총과 노동시민사회는 29일 ‘삼표 최고책임자 구속 기소 및 엄정 처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을 개악하고 무력화를 시도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이번 대흥알앤티 수사에서 보듯 중대재해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법 의미를 축소하는 검찰도 규탄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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