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솟는 6월' 이정후, 타이거즈 신인왕 천적으로 떠오르다[스한 이슈人]

허행운 기자 2022. 6. 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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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탈KBO급'으로 불리는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벌써 이번 6월에만 8홈런째를 쏘아올렸다. 총 14홈런을 날린 이정후는 그 중에서 3개의 홈런을 신인왕 후배 이의리(20·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뺏어냈다.

ⓒ연합뉴스

이정후는 2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 KIA의 시즌 10차전 홈경기에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이정후의 한 방이 결정적이었던 경기였다. 4회초에 먼저 1점을 내주고 출발했던 키움이 곧바로 4회말에 동점을 맞춘 데 이어 5회말 상대 야수선택으로 달아나는 점수까지 손에 쥐었다. 2-1로 앞선 키움이었지만 1점의 리드는 괜히 살얼음판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위를 걷기 싫다면 꼭 시원한 추가점이 필요했던 키움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자처한 선수가 바로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앞서 이의리를 상대로 뜬공 2개로 물러났었다. 두 번째 타석은 잘 맞은 타구를 만들었지만 공이 곧장 중견수에게 향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던 이정후.

그는 세 번째 타석에서 그 설움을 남김없이 토해냈다. 2-1로 역전에 성공한 5회말 1사 1,2루에서 타석에 선 이정후는 이의리의 초구 체인지업을 잘 걸러내며 1볼로 출발했다. 그리고 2구째 134km/h 슬라이더가 몸쪽에 제구됐는데 이 공에 기술적이면서도 파워가 느껴지는 멋진 스윙을 가져갔다. 한껏 잡아당겨진 타구는 멀리 날아 우측담장을 훌쩍 넘겼다. 순식간에 5-1로 달아난 키움이었다.

ⓒ연합뉴스

이 한 방과 함께 키움은 고척돔 분위기를 단숨에 잡아냈다. KIA가 6회초 1점을 추격했지만 이정후의 스리런포로 벌어둔 점수는 키움 불펜이 지키기 충분했다. 그만큼 이정후의 한방은 결정적이면서 귀중했다.

이정후의 타격재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통산타율(3000타석 이상) 1위 자리를 쟁취한 이정후는 지난 17일 3할4푼을 돌파하며 2위(장효조·0.331)와의 격차까지 벌렸다. 그리고는 이날 경기 전까지 3할4푼2리를 마크하고 있을 정도. 콘택트는 역대급이라고 불릴만한 이유다.

아직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2023시즌까지 치러야하는 이정후지만 꾸준히 메이저리그 진출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딱 하나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면 바로 검증된 콘택트에 비해 떨어지는 파워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장타력이 필요하다고 하니 갑자기 그걸 내놓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듯, 파워에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홈런은 이정후의 시즌 14호포였다. 5월까지 6홈런만 기록하고 있던 이정후는 이번 6월에만 벌써 8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무서운 페이스를 보여주는 이정후는 어느새 홈런 부문에서 김현수(LG 트윈스)와 함께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이 경기 전까지 기록하던 5할7푼2리의 장타율은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스포츠코리아

그야말로 '영웅'의 힘이 솟고 있는 이정후의 6월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하나 더 있다. 바로 그가 이날 14호포를 뺏어낸 상대, 이의리와의 천적관계가 그것이다. 이날 전까지 이의리가 키움을 상대로 3번 등판하는 동안 이정후는 8타수 3안타(2홈런) 6타점을 쓸어담으며 좋은 기억이 있었다. 지난해는 2타수 무안타였지만 그 시기는 적응기에 불과했다는 듯, 이의리만 만나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가장 최근 만남이었던 지난 10일 광주에서 이정후는 0-2로 뒤진 3회초 이의리를 상대로 균형을 맞추는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팀의 득점을 깨웠다. 이정후의 한방으로 살아난 키움은 당시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며 KIA를 10-6으로 눌렀다.

그리고 이날도 이정후는 이의리를 상대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 경기를 포함해 이정후와 이의리의 시즌 상대 전적은 11타수 4안타(3홈런) 9타점이 됐다. 3홈런을 제외한 나머지 하나의 안타도 2루타로 이어진 장타였다. 이의리만 만나면 장타 본능이 살아나는 이정후다.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한 이의리는 36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 신인왕의 되는 쾌거를 누리며 프로 생활을 찬란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2년차를 맞은 올해, 피홈런이 늘어나면서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특히나 무섭게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신인왕 선배 이정후가 됐다. 다가올 후반기에도 두 신인왕 선후배의 대결이 주목된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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