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7월 국회 소집" 원구성 강행 의지..국민의힘 "입법 독재"
29일까지인 박순애 등 청문 보고서 재송부 시한도 협상 변수
권성동, 대통령 특사로 '필리핀행'..여야, 적절성 두고 설전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소속 의원 170명 전원 명의로 7월1일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고 국회의장단 단독 선출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이 “입법 독재 재시작”이라며 반발하면서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출국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날 7월1일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회를 열기 위해서는 국회의장(부재 시 국회 사무총장)이 3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7월1일 14시부터 언제든 본회의는 열릴 수 있다”며 “그 전까지 국민의힘과의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명단 제출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에 나와 “국회를 열기까지 원구성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끝내 국민의힘이 외면한다면 원내 제1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다만 “이미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길 용의가 있다고 하는 점을 분명하게 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폭주”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한다면 입법 독주 재시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7월 임시회가 소집되면 민주당 의원들끼리 국회의장을 선출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민생과 협치에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조건 없이 원구성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의장 단독 선출 가능성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7월1일부터 국회에서 비상대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도 원구성 협상 변수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29일까지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임시회가 열리니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이 선출되면 인사청문특위를 꾸려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제투성이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청문을 패싱하고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정략적 의도로 원구성 협상을 계속 막고 있는 것이라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현재로선 인사청문특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30일 열리는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에 윤 대통령의 특사단장 자격으로 이날 출국, 다음달 1일 귀국할 예정이어서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 출국에 대해 “협상 상대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대화 자체를 포기한 무책임한 ‘협상 농단’ ”이라며 “지금은 공항 체크인을 할 때가 아니다. 민생 체크인이 우선이고 국회 체크인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사로 가기로 결정된 건 3주 전이고 이미 일주일 전에 공개됐다”며 “여당 원내대표의 부재를 틈타 국회를 독단적,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건 기본적인 정치 도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국회 공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에선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원구성에 서두를 것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원구성이 계속 안 되면 야당의 무대인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수 있고,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하려고 기다리는 의원들이 더 안달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권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중진들의 회동에서도 ‘민주당 요구에 굴하면 안 되고 버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탁지영·유설희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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