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솔직담백 끝판왕' 수피아여고 주장 오현비

김아람 입력 2022. 6. 2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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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4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1년 구매 링크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5월호 단독 구매 링크)

 

바스켓코리아 5월호 여고부는 광주 수피아여자고등학교의 주장 오현비와 대화를 나눴다. 오현비의 다소 직설적인 화법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그의 순수하고 진솔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농구와 가족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오현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선생님이 저한테 홀딱 반해서 스카우트하셨어요

수피아여고 농구부 주장 오현비(168cm, G)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8년여 전, 친구의 권유로 농구 클럽에 가입했다. 그는 “친구가 같이 클럽 농구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초4 여름방학 때 클럽에 들어갔어요”라고 밝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취미활동이 자신의 진로가 될 줄 몰랐다는 오현비. 농구를 배운지 두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오현비는 “클럽 농구팀에서 대회 나갔는데, 거기서 심판 보신 선생님이 저한테 홀딱 반해서 (저를) 스카우트하셨어요. 알고 보니 초등학교 농구부 코치님이셨더라고요”라며 스카우트의 배경을 말했다. 스카우트의 비결로는 “제가 너무 잘해서요. 다른 애들은 레이업을 못 했는데 전 잘했어요”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엔 엘리트 농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오현비는 “처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땐 얼떨떨했어요.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했고요. 그런데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 혼자 영광으로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거든요. 가족들이랑 떨어져 사는 게 싫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내 그의 마음은 농구를 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가족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현비는 “부모님이 저한테 농구가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제가 공부를 엄청 못 해서요. 엄마는 농구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셨고, 아빠도 농구로 취업하라고 하셨어요. 특히 엄마는 모든 걸 내다 보고 있다고, 잘 될 거라고 하셨어요”라고 했다. 농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합기도로 체력을 다져온 오현비는 운동신경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교내 달리기 경주에서도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그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볼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고, 손가락으로 볼도 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광주 풍영초에 다니던 그는 그렇게 영광 홍농초로 전학을 갔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외로웠겠다는 말에는 “맞아요. 맨날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어요. 그래서 매일 엄마한테 전화했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근데 엄마는 버티라고 하셨어요. 저를 강하게 키우셨죠. 저희 엄마 멋져요”라고 엄지를 세웠다. 

 

농구를 위해 1년 반을 홀로 지낸 오현비는 이후 수피아여중 진학을 위해 광주로 돌아갔다. 광주로 돌아간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오현비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이해란 선수의 영향이 컸어요”라고 설명했다. 롤모델로 이해란을 지목한 오현비는 “해란 언니는 다 잘해요. 돌파랑 수비, 리딩 등 전체적으로 다 잘하는 선수예요. 배우고 싶고, 같이 농구 하고 싶었어요”라며 수피아여중과 수피아여고로 진학하게 된 계기를 알렸다. 

 

못 믿겠어요

농구 시작 이후 큰 부상 없이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오현비는 원동력으로 ‘어머니의 정성’을 꼽았다. 그는 “저희 엄마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셔서 제가 먹고 싶은 걸 해주세요. 제육볶음 같은 거요. 그리고 우슬로 만든 한약도 지어주세요. 제 무릎 건강을 위해서요.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관리해주신 덕분이에요”라며 어머니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오현비와 본격적으로 농구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공수에서 길을 보는 게 어려워요. 아직 배울 게 많죠. 신생아 수준이에요. 수비가 움직였을 때 어디를 도와줘야 하는지, 패스를 선택하는 것 등을 더 익혀야 할 것 같아요”라며 배움에 관한 의지를 표했다. 이어 “그래도 농구가 좋고, 더 친해지고 싶어요. 3점 쐈을 때 골망을 가르는 느낌이나 제가 잘했을 때의 기분이 너무 짜릿해요”라고 덧붙였다. 

 

수피아여고 김명희 코치는 오현비를 두고 “코로나 영향도 있고, 아직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안타깝지만 농구에 관한 열정이 가득한 선수다. 굉장히 열심히 한다. 슛과 힘, 돌파가 좋다. 상대가 존을 설 땐 센터로 들어가 볼도 잘 빼준다. 다만, 경기 중 실수하면 플레이가 위축되기도 하는데 점점 나아지고 있다. 대회를 치를수록 성장할 거로 기대한다”라고 평가했다. 

 


이를 전해 들은 오현비는 “못 믿겠어요. 평소에 많이 혼나요”라고 웃었다. 그는 “슛은 연습을 많이 해서 자신 있어요. 무빙슛과 미드레인지 점퍼 연습을 많이 해요. 돌파는 빠르지 않지만, 묵직하게 잘 들어가요. 상대 가드들과 몸싸움했을 땐 제가 다 이기고요. 엄마의 한약 덕분인 것 같아요. 건강하고, 넘어졌을 때 발딱 잘 일어나는 것도 제 장점이에요. 패싱과 리딩은 팀원들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많이 본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경기 중 실책으로 인한 위축에 관해서는 “볼을 뺏기면 자신감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무서워요. 팀에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고, 또 뺏기면 안 되니까 위축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드리블 연습을 많이 하고, 시합 전이나 잠들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라며 “넣어야 하는 순간에 메이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일 드라이브인 연습을 하고, 체력도 많이 기르려고 노력해요”라고 개선점을 짚었다. 

 

계속 발전하고 싶어요

5월 연맹회장기 출전을 앞둔 오현비는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오현비는 “컨디션 좋아요. 살을 좀 빼야 하긴 하는데 거의 100%에요”라는 몸 상태를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대회가 줄줄이 취소됐던 탓에 고등학교 입학 후 정상 시즌을 처음 치르는 오현비. 그는 “연습 경기도 못 하고, 대회도 안 열려서 운동만 했는데, 좀 지치더라고요. 그래도 혼자 운동할 때는 재밌게 하려고 했어요. 노래 틀고 춤도 추면서요”라고 회상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냐는 질문엔 “찰리 푸스와 블랙핑크 노래를 좋아해요. 저 춤도 잘 춰요. 운동 때문에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TV 댄스 경연 프로그램)도 못 나갔어요”라는 농담도 건네왔다. 

 

지난 3월, 제59회 춘계 전국 남녀중고 농구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수피아여고. 그러나 오현비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미스가 많지 않았고, 팀원들과 손발이 잘 맞았던 부분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마무리랑 2대2 수비가 잘 안됐어요. 픽앤롤 수비할 때 상대 센터한테 많이 걸렸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남은 시즌에 관해선 “상대가 수피아여고를 쉽게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게 목표에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작년 전국체전 결승에서 춘천여고에 패했는데, 올해는 꼭 이기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만큼, 프로 진출에 대한 갈망도 드러냈다. 그는 “농구 시작했을 때부터 프로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TV로 프로 경기를 볼 때마다 그 무대에 저도 서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효도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하고, 잘해야겠죠. 아직 50점밖에 안 되는 것 같지만, 나머지를 채울 거예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코트에서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 선수가 되려고 해요. 계속 발전하고 싶어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는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사진 = 김아람 기자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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