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험대 오를 한일관계..강제징용 해법, 日상응조처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 그동안 '의지 확인' 차원에 머무르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한일관계 개선 시도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모색할 민관 협의회가 구성되고, 일본의 운신 폭을 좁혔던 참의원 선거(7월 10일)가 끝난 후 고위 외교채널도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이 꽉 막힐 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와 관련해 7월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피해자 측과 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간 협의회를 구성 중이다. 민관 협의회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진행돼온 해법 모색 작업을 보다 공식적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민관 협의회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은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협의회가 이르면 이달 중에도 출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출범 시기는 내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매각)가 다가오는 것은 현재 한일관계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일본 측은 현금화 문제를 일단 시급히 해결할 것을 강하게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적 현금화를 막을 방안이 어느 정도 마련되지 않고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사실상 궤도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미 많은 해법들이 정부 안팎에서 거론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차후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대위변제' 방안이다.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기금으로 피해자에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 기금 조성에 양국 기업은 물론 국민이 참여하는 이른바 '문희상 안'(1+1+α) 등도 제시된 바 있다.
정부가 검토할 아이디어도 기본적 골격에선 이런 기존 아이디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관건은 일본 측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행동을 취할 수 있느냐지만, 정부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는 않다.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개인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이 이 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한국 정부 일방의 행동만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면 피해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에게 지급할 기금 출연에 강제징용 피고 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냐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은 피고 기업들의 참여는 개인 배상 판결을 인정하는 성격이 된다는 점에서 완강히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300억원대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 300여명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며 여기엔 피고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정부는 피고 기업들의 참여는 여전히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라는 인식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아울러 법적으로 대위변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고 측인 피해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피해자들이 만족할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사과 메시지 등이 해결책에 수반될 수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일본이 문제 해결에 보이는 태도는 국내 여론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강경해진 일본의 국내 여론상 이 역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법이 수렴되면 정부는 일본 측과도 교섭을 통해 해결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미봉책이지만 일단은 현금화 조치를 미루며 양측이 극단적 갈등은 피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민관 협의회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것과 함께 내달 중 외교장관 등 고위 레벨에서의 의사소통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한일 외교장관이 나란히 참석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조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일 외교장관이 발리에서 정식으로 양자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9∼30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고,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의 첫 정식 대좌는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로 추진될 박진 외교부 장관의 첫 방일을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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