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좌동훈 우상민
정권 실세를 부르는 말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와 김대중 정부 말기 박지원 비서실장, 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소(小)통령’이 붙었다. 대통령 복심이고, 여론 창구이고, 당대의 국정주도력이 큰 사람을 표현한 것일 게다. 왕(王)자도 곧잘 붙는다. 전두환 정부 철권통치를 이끈 장세동 전 안기부장, 노태우 정부 북방밀사로 움직인 박철언 전 정무1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세상을 자주 논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왕의 남자’ 별칭을 얻었다.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재인 정부의 조국 민정수석은 ‘왕수석’으로, 이명박 정부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은 ‘왕차관’으로 불렸다. ‘만사형(兄)통’으로 칭한 이상득 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한 박 전 차관은 지금도 ‘MB계 중심’ 소리를 듣는다. 실세의 힘은 직급·위치보다 대통령과의 거리·신임 정도로 갈렸다.
한 쌍으로 불린 실세들도 있다. YS의 가신 ‘좌(左)형우·우(右)동영’이 대표적이다. 1981년 민주산악회 부회장부터 원내총무·사무총장·정무1장관을 번갈아 맡은 최형우·김동영 전 의원은 상도동계 쌍두마차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든 1등공신인 ‘좌희정·우광재’도 유명하다. 국회 보좌진으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난 두 사람은 조직(안희정)과 기획(이광재)을 분담했다. 조선왕조 좌의정·우의정에서 유래됐을 ‘좌·우’ 호칭은 지금도 조직 수장의 왼팔·오른팔로 통칭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좌동훈·우상민’을 거론했다. 민정수석·검찰총장까지 겸한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부활 중인 이상민 장관을 한 묶음으로 지칭한 것이다. 검찰 직속 후배인 한 장관과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은 자타 공인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야당이 ‘한동훈 소통령’에서 ‘좌동훈·우상민’으로 대상을 넓힌 이유는 짐작된다. 두 실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정부조직법을 시행령으로 우회해서, 공권력의 두 축인 검경을 장악해가고 있음을 부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때 조국(법무)·김부겸(행안부) 장관은 서로 다른 검경의 목소리를 섞었다. ‘좌동훈·우상민’이 하나의 시각으로 짜나갈 검경의 대통령 직할체제가 걱정된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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