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위한 눈물은 부끄러운 것이지만 남을 위해 흘린 눈물은 가장 아름다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해 시무식을 마친 지난 1월 3일 오전 11시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휴대폰을 통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전 장관은 책 서문에서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년여간 쓴 시·수필 110편 모아
타이핑 거쳐 '눈물 한 방울' 출간
직접 그린 그림들은 그대로 실어
"노트 보면 그의 고통 모두 보여"
새해 시무식을 마친 지난 1월 3일 오전 11시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휴대폰을 통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날 오후 2시, 고 대표는 이 전 장관이 사는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을 찾았다. 2017년 간암 판정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아온 이 전 장관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고 대표가 다가가자, 이 전 장관은 192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군청색 양장본 노트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노트는 나만 보려고 만든 것이네. 여기 그림도 내가 보려고 그린 건데, 색연필을 사다 주길래 사용해서 그린 것이지. 이 노트를 내가 주고 갈 테니까, 책으로 잘 만들어 보시게. 그림도 재미난 것들 몇 개를 본문에 써보게.”
이 전 장관의 노트에는 그가 2019년 10월24일 새벽부터 2년여 작성해온 수필과 시, 그림 등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노트는 이후 1월23일까지 추가로 쓰였다. 이 전 장관이 지난 2월26일 작고하면서 노트 192쪽 가운데 21쪽은 끝내 채워지지 못해 여백으로 남았다.
이 전 장관은 책 서문에서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린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관장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장관이) 일찍부터 컴퓨터를 쓰셨기 때문에 육필원고가 많지 않다”며 “인쇄된 원고가 아닌 육필원고는 표정을 갖고 있다. 노트를 보면 그의 아픔, 외로움, 고통이 모두 보인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이날 병상 중 이 전 장관이 두 차례 크게 운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즉 그는 더 이상 걷지 못한 순간이 다가오자 “내가 못 걷게 될 것 같아”라고 말하며 크게 울었고, 다시 섬망 증상이 와서 정신이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던 순간에 크게 울었다고 전했다.
강 관장은 “(고인이) 글을 쓰는데 지장이 되니 항암치료를 하면서 보낼 수는 없다”며 “마지막에 남은 생이 얼마 없는데, 이건 내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고 했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내버려두라고 해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유족 측은 이번에 책에 포함되지 않은 37편의 글을 비롯해 이 전 장관이 남긴 각종 글들을 묶어 따로 책을 내는 한편, 내년 2월 이 전 장관의 1주기 때에는 영인문학관 서재도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가해자 누나는 현직 여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 엄벌 호소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