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40% 오른 전 정부와는 달라야"..재계, 최저임금 사수 총력전 [뉴스+]

김건호 2022. 6.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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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문 정부서 최저임금 40% 이상 올라.. 과도한 인상 안 돼"
전경련 발표 논문 "최저임금 1만원 땐 16만 5000개 일자리 감소"
노동계 "물가 폭등 현실화.. 최저임금 동결은 실질임금의 하락"
최임위 공익위원이 중재안 낼 듯..현 정부 노동정책 반영 전망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대로 최저임금을 18.9% 인상한 1만890원으로 할 경우 최대 34만개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만 최저임금이 40% 이상 올랐다. 더는 안된다.”

한 기업의 임원은 최근 불고 있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국민소득은 10%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40%나 올랐다”며 “더는 정부 눈치 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줄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로 인해 각종 악재가 한 번에 몰아치는 상황이라 양질의 일자리를 기업이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앞두고 물가상승에 맞게 18.9%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어려운 국내외 경영지표를 내세우며 동결을 고수하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막아라”

28일 재계에서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40% 넘게 증가한 최저임금 인상을 이번엔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로 인해 각종 악재가 한 번에 몰아치는 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 및 영세기업의 고통을 가중한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이 최저임금 동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재계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반대하는 가장 큰 명분은 일자리 감소다.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연결돼 결국 국가 경제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발표한 최남석 전북대 교수의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이러한 재계의 우려가 잘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대로 최저임금을 18.9% 인상한 1만890원으로 할 경우 최대 34만개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난과 가격상승이 이어지면서 영세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충격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임금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인 지불능력과 법에 예시된 네 가지 결정기준 등 주요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다. 국민소득증가율은 10.2%에 불과한데 최저임금 인상은 그의 4배가 넘는 것이다. 이는 전임 정부인 이명박 정부의 28.9%나 박근혜 정부의 33.1%와 비교해도 큰 수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소득 증가율이 18.5%, 최저임금 증가율이 2배에 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캐스팅보트’는 문재인 정부 임명한 공익위원

한편 노동계는 경영계의 입장에 대해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한 물가 폭등이 현실화되는 조건에서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는 것은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파렴치한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양대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 두 번째)와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 세 번째)이 조합원들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무엇보다 물가상승이 가파른 상황에서 최저임금 현실화에 나서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동자 3명 중 1명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시간당 1만530~1만1480원이 적정하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사용자들의 동결안 제시를 강력히 규탄하고,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일에는 노동시간 유연화 등 윤석열 정부의 반(反)노동정책을 규탄하며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압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그 범위 내에서 수정안 제출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안을 놓고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안건(금액)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2023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현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새 정부의 향후 5년간 방향을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비판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후보자 당시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굉장히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루즈(지는)’ 게임이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비판적인 어조로 말한 바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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