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간첩사건' 조신치씨, 36년 만에 무죄 선고

문재연 2022. 6. 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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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재일교포들을 상대로 한 '재일한국인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고(故) 조신치씨가 재심을 통해 3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는 최근 재일 공작지도원에게 포섭돼 국내에 들어와 북한과 반국가단체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조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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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간첩사건' 연루된 故조신치씨 
'간첩' 무죄·'북한 찬양' 유죄..징역 2년 확정
재심 재판부 "반국가단체 찬양 인정 어려워"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대 재일교포들을 상대로 한 '재일한국인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고(故) 조신치씨가 재심을 통해 3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는 최근 재일 공작지도원에게 포섭돼 국내에 들어와 북한과 반국가단체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조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일 한국인 2세인 조씨는 1984년 9월 재일공작지도원 지령에 따라 연세대 한국어학당 연수생으로 입학해 정보를 수집·보고하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씨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조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선 일부 무죄로 봐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조씨가 재일공작원 지령을 받아 간첩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 소속 김국남 영사가 작성했다며 보안사가 제출한 영사증명서에는 재일공작원이 호텔을 투숙한 사실이 있다는 전언만 담겨 있었다. 상고심 재판부는 이 전언만으로는 재일공작원이 실존 인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사에게 거짓 진술을 하면 빨리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조사관 말을 믿었다"는 조씨의 진술도 판단 근거가 됐다. 조씨는 파기환송심을 거쳐 북한을 찬양한 혐의로 1986년 징역 2년을 확정받았으며, 5년 뒤 사망했다.

조씨 유족들은 2019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 1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쟁점은 조씨의 '한국은 빈부 차이가 크지만, 북한은 평등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조씨의 발언이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심 재판부는 "조씨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씨 발언을 들은 증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조씨가 재일한국인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고려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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