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눈앞이 핑~"..여름철 저혈압, 고혈압만큼 무섭다

이병문 2022. 6. 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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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에 많아지는 저혈압 환자
기온 오르면 혈관 확장되고
땀 많아지면 체내 수분 감소
혈액량 같이 줄며 혈압 떨어져
여름철 기온 1도 오를 때마다
저혈압 환자 11%씩 증가해
호흡곤란·뇌졸중·치매위험도
일어날 때 휘청 기립성 저혈압
60대 이상 발병위험 10배 높아
"적극 치료 안 하면 합병증 발생"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산발적으로 오락가락하던 장마가 끝나면 7월에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름철 무더위가 지속되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름철 어지럼증은 단순히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저혈압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혈압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으로 표시하는데, 2018년 개정된 국내 고혈압 진단 및 치료 기준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진료 지침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혈압은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90mmHg 미만 또는 이완기 혈압 60mmHg 미만인 경우에 해당된다.

서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혈압은 절대적인 수치보다 개개인의 나이, 동반 질환, 생리 기능, 낮은 혈압에 대한 적응 여부에 따라 증상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저혈압이 발생하면 몸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두통, 어지럼증이 생기고 심하면 신체 장기로 산소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혈압은 크게 식후 저혈압, 신경 매개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으로 나눌 수 있다. 식후 저혈압은 식사 후 많은 혈액이 소화를 돕기 위해 장으로 이동해 상대적으로 다른 장기의 혈액량이 줄어 생긴다. 충격적인 소식을 듣거나 심하게 화를 내다가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 대부분 신경 매개 저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신경 매개 저혈압은 몸이 자율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무너져 생긴 것으로, 주로 심장과 뇌 사이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에 의해 발생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또는 60도 이상 경사대 검사에서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로 정의한다. 나이가 들면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기립성 저혈압은 발병률이 50세 미만에서는 약 5%지만 70세 이상에서는 30%까지 보고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상태와 기립할 때 각각 측정한 혈압 변화를 확인하는 기립성 혈압 검사 또는 기립 경사 테이블 검사를 시행해 진단한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기립 후 1분 안에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위험 가능성이 10배나 높다.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 연구팀이 최근 기립성 저혈압 환자 879명을 대상으로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저혈압 환자는 3만6024명으로 2015년(2만4946명)보다 1만1078명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2019년 남성 저혈압 환자는 1만6430명으로 2015년(1만1053명)보다 48.6% 증가했고, 여성은 1만9594명으로 2015년(1만3893명)보다 41% 늘었다. 연령대로 보면 전체 진료 인원 중 70대가 19.6%로 가장 많았고 60대, 80대 순이었다.

그러나 남성 중에는 70대(26.9%), 60대(20.5%), 80대(16.0%) 순으로 60대 이상에서 저혈압 환자가 많았지만, 여성은 20대(15.3%), 10대(15.0%), 70대(13.5%) 등으로 어린 연령층에서 저혈압 환자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령 남성은 저혈압을 유발하는 자율신경계 또는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이 높고, 혈압을 낮출 여러 약을 먹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젊은 여성은 흔히 다이어트로 인한 체중 감소와 월경 관련 철 결핍성 빈혈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다양한 저혈압 원인
혈압은 심장을 통해 박출된 혈액이 혈관 벽에 주는 압력으로, 심박출량과 전신혈관저항의 곱으로 나타낸다. 심박출량은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 좌심실에서 박출되는 혈액 양인 일회 박출량과 심장박동 수의 곱으로 계산한다. 사람은 일어설 때 보통 500~1000㏄의 혈류가 복부나 하지정맥으로 이동하면서 일시적으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량이 줄고 심박출량과 혈압이 감소하게 된다.

이런 인자들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이뤄진 자율신경계를 통해 조절되는데, 건강한 사람은 다양한 활동이나 외부 환경 노출, 질병 상태 등에도 항상성을 이루려는 자율신경계의 보상 기전을 통해 결과적으로 적절한 혈압을 유지한다. 하지만 혈압은 여러 요인에 의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이한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혈압 원인은 다양하고 한두 가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체액량 부족(탈수, 출혈, 설사, 이뇨제 사용 등), 호르몬 변화(갑상선 기능 이상, 당뇨, 부신기능 저하 등), 혈관 확장(자율신경 장애, 패혈증, 혈관 확장제 사용 등), 심장질환(심부전이나 부정맥), 약제(항고혈압제, 항부정맥제, 항우울제) 등이 저혈압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혈압은 특히 여름에 잘 생긴다. 실제로 저혈압 환자는 1년 중 7~8월에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다. 더운 날씨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 탈수로 일시적인 저혈압이 유발될 수 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병원을 방문하는 저혈압 환자가 11% 증가한다. 더운 여름에 땀 배출이 늘어나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량도 같이 감소해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혈관과 근육이 이완되고, 혈액이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져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서지원 교수는 "저혈압은 노인, 항고혈압제 복용, 전립선비대증약 복용, 당뇨병, 만성 알코올중독증, 류머티즘 질환 등을 앓는 사람에게서 잘 발생한다"며 "체내 수분이 쉽게 부족해질 수 있는 여름철 환경은 저혈압 발생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 어지럼증, 두통, 뒷목 통증…저혈압 증상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뚜렷한 원인 없이 단순히 혈압이 낮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러나 어떤 원인에 의해 평소보다 혈압이 낮아지면 뇌를 포함한 여러 장기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빠르게 일어설 때 눈앞이 흐려지고 핑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다. 다시 누우면 곧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어지럼증 외에도 혈압 저하로 오는 두통, 뒷목 통증과 뻣뻣함, 소화불량이 동반될 수 있다. 몸이 쇠약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실신해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 낙상으로 심각한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증상을 오랜 시간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과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오성진 교수는 "이는 머리가 신체 중 가장 위에 있고 심장에서 박출된 혈액이 중력을 이겨내고 공급돼야 하는 특성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부터 감소해 신경학 증세가 먼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두통, 피로감, 무기력증, 집중력 감소, 이명, 소화불량, 구역감, 식욕 감퇴, 시력 장애 등 여러 증상을 보일 수 있고, 기저질환에 따라 호흡곤란, 흉통, 심계항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장기들이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특히 혈압이 매우 낮아 조직과 장기에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를 쇼크(shock)라고 하는데, 이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증상이 저혈압 자체보다 기저 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어서 감별에 주의해야 한다.

어지럼증은 이석증, 메니에르병 같은 귀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비인후과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아도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면 저혈압을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어지럼증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며 "증상이 빈번하거나 악화돼 실신으로 이어진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하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혈압 예방과 관리

흔히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혈압의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해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속 방치한다면 저혈압도 고혈압만큼 심각한 부작용과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고령자는 신경계 반응이 느리고 탈수가 빠르게 진행돼 혈관과 심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뇌 혈류 감소로 뇌 위축이 쉽게 진행될 수 있어 뇌졸중 발병은 물론 혈관성 치매 위험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저혈압을 일으키는 요인이나 기저질환이 확인되면 이에 대한 교정과 치료가 우선이며, 상태에 따라서는 혈압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 치료가 고려된다.

저혈압은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와 활동, 충분한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 적당한 수분 섭취는 탈수를 예방하고 체액량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다. 하루에 물 1.5~2ℓ를 마시고, 충분한 염분 섭취도 필요하다. 또한 술이나 커피는 체내 수분을 배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기립성 저혈압 치료는 환자 특성과 증상의 심각도와 빈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선 운동, 압박 스타킹 등 비약물성 치료를 하고, 그럼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약물성 치료를 병행한다. 흔히 사용하는 약물로는 미도드린(midodrine),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 플루드로코티손(fludrocortisone)이 있다.

고령자의 경우 침대에서 일어날 때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수분간 앉았다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한다. 강도 높은 실내 자전거처럼 하지 근육 수축을 증가시키는 운동이 정맥 환류량을 늘려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리를 꼬고 일어나기, 다리 근육 수축하기, 스�R 등도 추천한다. 일부 환자는 압박 스타킹으로도 기립성 저혈압과 동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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