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단역 맡은 노배우들 "일곱마디 대사 매일 5시간 연습"

임지우 2022. 6. 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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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없는 유랑극단 '배우 1'의 대사지만, 60년 경력의 배우 박정자(80)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그 무게가 확 달라진다.

주인공 '햄릿'(강필석 분)은 극 중 극으로 펼쳐지는 원로 배우들의 연기를 무대에서 무릎을 꿇은 채 진지하게 감상한다.

특히 유랑극단 배우 역으로 출연하는 박정자·손숙·윤석화·손봉숙이 햄릿을 만나 '극 중 극'을 펼치는 장면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마치 또 하나의 다른 연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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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서 6년 만에 조역으로 물러난 베테랑 배우들 '리허설 삼매경'
유인촌 "또 다른 햄릿 나올 것"..'햄릿'역 강필석 "선배들 격려에 부담감 떨쳐"
연극 '햄릿' 연습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운정그린캠퍼스 내 연습실에서 연극 '햄릿' 출연진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2022.6.28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아,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이름조차 없는 유랑극단 '배우 1'의 대사지만, 60년 경력의 배우 박정자(80)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그 무게가 확 달라진다. 주인공 '햄릿'(강필석 분)은 극 중 극으로 펼쳐지는 원로 배우들의 연기를 무대에서 무릎을 꿇은 채 진지하게 감상한다.

다음 달 13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햄릿'의 한 장면이다.

연출 손진책은 28일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열린 공개 리허설에서 "박정자 등이 맡은 '배우' 역은 사실 단역이 아닌 중역"이라며 "이들이 극 중에서 배우의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극을 여닫는다"고 설명했다.

연극 '햄릿'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연극 '햄릿' 출연진이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운정그린캠퍼스 내 연습실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2.6.28 scape@yna.co.kr

'햄릿'은 권성덕(81), 전무송(81), 박정자(80), 손숙(78), 정동환(72), 김성녀(72), 유인촌(71), 손봉숙(66), 윤석화(66) 등 쟁쟁한 베테랑 배우들이 모두 조·단역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대작이다.

이번 '햄릿'은 대배우들로 포진한 출연진뿐 아니라, 연출 손진책, 무대디자인 박동우, 프로듀서 박명성 등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스타 제작진이 6년 전과 똑같이 참여한다. 원로배우와 제작진 모두 국내 최고 권위의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이다.

2016년 공연 당시 객석점유율 100%의 기록을 세웠던 화제의 연극 '햄릿'을 주역으로 이끌며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던 노배우들은 이번에는 30~40년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주역을 내준 채 2선으로 물러섰다.

'폴로니어스' 역의 정동환은 "출연 배우 한명 한명이 문화재급인 분들"이라며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연극 '햄릿' 연습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운정그린캠퍼스 내 연습실에서 연극 '햄릿' 출연진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2022.6.28 scape@yna.co.kr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이 괜히 있을까.

언론에 잠시 공개된 이날 리허설에서 이들은 조역과 단역임에도 감출 수 없는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특히 유랑극단 배우 역으로 출연하는 박정자·손숙·윤석화·손봉숙이 햄릿을 만나 '극 중 극'을 펼치는 장면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마치 또 하나의 다른 연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배우 2' 역의 손숙은 "내 대사가 일곱 마디 뿐이지만 매일 다섯 시간씩 연습을 나온다"면서 "대사 한 마디라도 더 달라고 연출에게 사정했는데 안 주더니 심지어 그 일곱 마디로 관객을 울리라고 하는데 너무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박정자 선생님 등 모든 분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시는지 모른다. 뜨거운 관심과 사명감에 겁도 나는데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노배우들은 주역을 맡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6년 전 '햄릿'이었던 유인촌은 이번에 햄릿이 된 강필석에 대해 "과거 내가 했던 것과는 또 다른 햄릿"이라며 "오히려 내 연기가 너무 낡아 보일까 걱정될 정도인데 서로 조화를 잘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배들 틈에서 주역을 맡아 부담감이 컸다는 강필석은 "선배님들의 엄청난 격려 덕에 조금씩 그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햄릿'을 연출하는 손진책은 "6년 전에는 아홉 명의 대배우들에 대한 오마주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신·구세대가 합쳐진 새로운 앙상블 시도"라며 "이들이 한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한편 책임감도 막중한 만큼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연극 '햄릿' 연출 손진책 [연합뉴스 자료사진]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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