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구할 수 있단 말에 120명 긴 줄..故 이건희 컬렉션 가보니 [MZ소비일지]
2030 중심 SNS서 화제..'인증샷' 행렬
28일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매표소 앞에서 만난 30대 A씨는 "발권 시작 전부터 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며 "전시회가 시작된 지도 두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인기라는 게 실감이 안 날 정도"라고 말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이지만, 그전부터 80여 명이 긴 줄을 서 있었다. A씨가 입장권을 구매하고자 기다린 약 30분 동안 그의 뒤로 40여 명이 더 줄을 섰다. 평일 아침에도 관람객이 몰린 이 전시회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통칭되는 이 전시회는 1년 전 이 회장의 유족 측이 기증한 수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4월 전시가 시작됐음에도 '오픈런'이 빚어진 까닭은 입장권 구하기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하루 21회, 그 외 요일은 하루 15회로 나뉜다. 회차당 100매의 입장권이 판매되는데 이 중 70매가 온라인·모바일용이다. 나머지는 현장 발매용이어서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를 사고자 아침 일찍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다.
박물관 관계자 B씨는 "보통 현장 발매를 시작한지 15분 안에 오전 11시 이전 회차가 매진된다"며 "매일 오전 9시면 관람 줄이 생긴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4차 전시(7월 29일부터 8월 28일) 예매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대거 몰려 30분 만에 입장권 80% 이상이 팔렸다. 주말 입장권은 일찌감치 동이 났고, 남은 입장권은 평일 오전 등 직장에 다니는 일반인이 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시간대다.
'이건희 컬렉션'은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도 선호하지만, MZ세대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의 수집품을 엿볼 수 있다는 데서 2030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MZ세대는 코로나19 확산 후 문화예술 환경이 바뀌면서 새로운 미술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저마다 취향에 맞춰 문화예술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을 적극 찾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대학 친구들과 전시회를 찾았다는 20대 C씨는 "나들이 겸 예술품 감상을 위해 찾았지만, 무엇보다 재벌가 취향을 엿볼 수 있단 점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30대 D씨는 "아트테크(미술품 투자)를 시작해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이 생겼다"면서 "희소성이 높은 작품을 보러 다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관련 게시물이 가득하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엔 '이건희 컬렉션' 해시태그 게시물이 2만3000여개, '어느수집가의초대' 관련 게시물이 5000개 이상 게재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전시회가 시작된 지난 4월 28일부터 이달 27일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0만7677명으로,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입장권 예매는 오는 8월분까지 약 10매만이 남았다. 이마저도 곧 매진돼 현장 발매 또는 취소표로만 입장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편집자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개점 전부터 길게 줄을 서고 문이 열리자마자 힘차게 달려가 구매하는 '오픈런'은 자신이 원한다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들이는 MZ세대의 상징적인 소비 방식이 됐다.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긴 줄도 마다하지 않고 맛집 줄을 서 '인증샷'을 남기고 선한 가게에 '돈쭐'을 내는가 하면 갑질사태에 분노해 불매운동에 앞장선다. MZ세대의 트렌디한 상품과 장소는 뭘까, 요즘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떤 거에 주목해야 할까, MZ 소비일지로 담아봤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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