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국회도 헛도는데..점입가경 치닫는 與 집안싸움
내홍 장기화..당내서도 "국민 3중고인데, 정권 되찾은지 얼마나 됐다고"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사이 파열음이 대선 이후 수개월째 지속하면서 당내에서도 자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8일에는 이 대표와 당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여겨지는 장제원 의원 사이 전선에는 방송사와 시사 패널이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을 비판한 정치 평론가 장성철 가톨릭대 특임교수의 SNS 글을 다룬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시사 패널들은 누구를 비판하더라도 편하게 말씀하라"고 썼다.
자신이 패널로 출연한 방송에서 장 의원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장 의원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를 했다는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장제원 같은 분은 정권에 위험하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이런 장 교수의 입장에 동조의 뜻을 나타내며, 장 의원을 저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 와중에 안철수 의원은 오후 MBC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징계 논의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에서 윤리위는 굉장히 독립적 기구"라고 강조한 뒤 "독립적으로 사실에 근거해 판단·평가하고 조치를 취하면 거기에 따르는 것이 순리겠죠"라며 윤리위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징계 논의라는 이 대표 주장과는 상반되는 반응인 셈이다.
또 이날 "윤 대통령이 최근 이 대표의 면담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앞으로 만남을 요청할 경우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줄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익명의 '여권 핵심 관계자'를 인용한 국민일보 보도도 나왔다.
최근 윤리위 징계 논의를 앞두고 윤심(尹心)에 더 가까이 가려는 이 대표와 당내 현안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대통령실 사이 온도차가 드러난 사례가 왕왕 있었다. 비공개 독대 둘러싼 진실공방이나, 이 대표의 순방길 환송 불참 등이다.
윤 대통령이 면담을 거절했다는 주장은 그 진위나 사유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으나, 해당 보도에 등장한 익명의 인사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나 당 내홍과 거리를 두고자 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이 대표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들 양측의 주도권 다툼 양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작년 대선 경선 때부터 선대위·인수위를 거치며 인선 문제 등을 놓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노출했다.
문제는 대선 승리 이후 이런 잡음이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은 이 대표와 대선 이후 당내 '신(新)주류'로 부상한 친윤계 측은 신경전을 넘어서서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갈등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친윤계가 의원모임 등으로 '원외 대표'를 배제한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이 대표는 직속기구로 꾸린 혁신위원회에서 '총선 공천' 손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서로 날을 세우는 식이다.
서로를 겨냥한 '대리전·배후론' 의혹 제기도 반복된다. 이 대표의 징계 논의 배후에 친윤계가 있고, 안철수 의원이 합당몫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것은 최고위 내에서 이 대표를 견제하려는 친윤계와의 '합작품'이라는 식의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당내에서조차 내홍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국회 공전에 따른 입법 표류와 경제 위기, 그에 따른 지지율 하락 현상 등이 시작되는 데 대한 위기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중고에 빠졌는데, 여당은 내홍에 빠진 듯 보인다"며 "정권 되찾은 지 얼마나 됐다고 당권이니 계파니 하면서 아웅다웅한다"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자칫 국민들 눈에 오만으로 비칠까 두렵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자성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친윤계 모임 민들레(가칭)에 참여하는 이용호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했으니까 당내 책임론으로 서로 싸우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국민의힘은 좀 다르다"며 "이런 모양을 보이는 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내홍 원인'에 대해서는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대선 과정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축적된 서로 간의 불신, 리더십의 문제 등이 잠복했던 게 표출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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