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렸는데 한일 관계는?..강제동원 '대위변제' 놓고 찬반

홍진아 2022. 6. 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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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하늘길은 열렸는데…

한국과 일본 수도를 잇는 최단 거리 하늘길인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이 내일(29일)부터 다시 열립니다. 코로나19로 끊긴 지 2년 3개월 만입니다. 이달부터는 정부가 관광 목적 단기 비자 발급을 시작하면서 일본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한·일 관광 교류는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한·일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고위급 회담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일본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 빠른 시일 내 일본 방문을 기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달 중 박 장관의 방일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일본 국내 정치 일정으로 이달은 어렵게 됐습니다.

박 장관이 방일하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성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집권 자민당이 다음 달 10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강경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한·일 정상회담도 같은 이유에서 무산됐습니다.

다음 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일 약식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방일보다는 다자 회의를 계기로 약식 회담을 하는 것이 서로 부담이 덜 하기 때문입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2019.07.23.)


최대 난제는 '강제동원 배상'

한·일 외교장관이 만난다면 가장 중요하게 논의될 부분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입니다.

우리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뒤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배상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은 '자산 매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재항고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이라서, 매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일본에 파견 갔던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일본 고위급 인사들과 만났을 때도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돼야 관계 개선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전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법으로 떠오른 '대위변제안'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은 '대위변제안'입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차후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방안입니다. 국내에 있는 일본 전범 기업들의 자산 매각 절차는 중단됩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예산을 내는 것보다는 1965년 기본 조약의 혜택을 받은 국내 기업들이 기금 형식 등으로 돈을 내고 일본의 피고 기업도 돈을 내는 형식이 가장 좋은 대위변제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 말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발의했던 이른바 '문희상안'도 거론됩니다. 두 나라 기업이 낸 기금에 더해 국민 성금도 모으자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이런 대위변제를 골자로 한 방안이 거론됐지만, 피해자 측의 반대와 일본의 무반응 등으로 추진되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대위변제는 일본의 사과와 반성 없이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했던 임재성 변호사는 "일본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며 "대위변제가 현실적인 해결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임 변호사는 또 "정부 측으로부터 단 한 번도 대위변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서 그 안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외교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준비 중입니다. 민관협의회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와 국제법 전문가, 일본 전문가, 경제 단체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협의회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출범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입니다. 현실적이면서도 피해자를 만족시키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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