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벼랑 끝에서 '네탓與野'.. 법안 1만1188건 먼지만 쌓인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
주요 경제법안 협의 시작도 못 해
민주당, 7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
국민의힘은 前 정권 비난에 몰두
민생 경제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남탓'만 하며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 파행이 거듭되면서 여야가 한달 가까이 태업 중인 탓이다. 그 여파로 한시가 급한 민생대책 등 경제법안이 심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1만1188건이다. 여야가 말로는 '국민'과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에는 먼지만 계속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경제 위기로 시급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법안들도 적지 않다.
특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하도급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들은 납품단과 연동제와 관련된 법안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하도급 등 협력업체가 원청에게 받는 납품단가가 증·감액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협력업체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어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 법안 처리를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납품단가연동제 도입팀'을 설치했지만, 언제 심의할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휘발유 값도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지만 유류세 인하폭 확대 법안 역시 검토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 소속인 배준영 의원 등 13명의 의원은 최근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고, 민주당 의원들 역시 유류세 추가 인하에 찬성하고 있다.
이밖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관련한 제·개정안 10여 건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 관련법 △'안전운임제' 연장 혹은 일몰제 폐지 관련법 △기업 규제 완화법 △노동시장 개혁법(근로기준법) △산업육성법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국가지워 확대법 △임대차 보호법 등도 처리가 시급하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공백을 풀 의지조차 없는 모양새다. 원구성 합의를 이끌 책임이 막중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로 필리핀을 방문해 내달 1일에야 돌아오고, 이를 명분으로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단독으로 제출해버렸다. 원 구성 협상에 점점 난항이 예상되면서 정국 경색만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여야가 만든 TF에서도 '남탓'만 일삼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경제위기대응특위를 공식 출범하는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는 경제 무능' 프레임을 띄우는 데만 골몰했다.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비상경제 대책도 없다"며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6일 발표된 경제 회의에선 '위기 상황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했고, 같은 날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도 경제안보 대응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고 위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또 "23일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비상경제 장관 회의에서도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방향만 발표를 하고, 전혀 비상식적이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역시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물가·민생안정 특별위원회(특위)' 첫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을 맹비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5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대비 5.4% 상승했고 수입물가는 36.3%나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금리 인상 압박도 높아졌다"며 "지난 정권의 탈원전 정책 결과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대내외적으로 비상한 경제위기"라고 지적했다.김미경·김세희·임재섭 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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