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통분담 외면' 高임금발 인플레 닥친다

박정일 2022. 6. 28.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 과한 연봉인상 요구
임금상승 이은 물가상승 악순환
경총 사장단 만난 秋 부총리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 요청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앞줄 왼쪽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오갑 HD현대 회장,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高)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8년이후 사상 최대인 6%대 물가상승률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른바 '귀족 노조'로 불리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수천만원대의 연봉 인상과 억 단위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플레이션 기간에 나타나는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상승'의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져들 것을 걱정한 정부는 기업에 '과도한 임금인상 억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기업들도 물가·금리·환율 동반 상승이라는 이른바 '3고(高)'에다 임금인상마저 더해져 '4고(高)' 위기에 직면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 앞에 다가온 '하투(夏鬪)'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생산 차질이라는 파업 변수를 고려하면 노조 요구를 깡그리 무시할 수도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의실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 등 재계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다른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오르고 그 고임금이 다시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면서 "이 문제는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임금인상 자제 촉구 배경을 설명했다.

추 부총리의 우려는 기업 현장에서 진행형이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두자릿수의 연봉 인상을 결정하면서 산업 전반에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조짐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평균 연봉은 각각 1억2900만원, 1억72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에 제조업을 하는 대기업의 노조들도 가세했다. 삼성전자 사무직 노조·삼성전자 구미지부 노조·삼성전자 노조동행·전국 삼성전자 노조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51조원이고, 이 가운데 20%만 성과급으로 지급해도 10조원이 넘는다. 작년말 본사 기준으로 삼성전자 임직원이 11만200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명당 평균 2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달라는 뜻이다.이같은 요구는 주가하락에 민감한 600만명의 삼성전자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등을 요구하며 노사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다음달 1일 파업 여부를 결정할 찬반투표를 한다. 현대차의 작년 순이익은 5조7000억원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28일 심의에서 근로자위원측이 올해보다 12.9% 올린 시간당 1만340원을 요구했다. 사용자위원측이 올해보다 1.1% 인상한 9260원을 제시한 것과 격차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10% 상승할 때 물가가 0.7%포인트 더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까지 많이 올랐던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임금을 고통분담 차원에서 줄이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공공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있다.

대·중소기업간 또는 공공·민간부문간 소득격차는 사회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추 부총리 역시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조 프리미엄의 영향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지불능력이 안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