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장, IT보다 커질 것..밤샘도 가능한 연구 자율성 줘야"

고광본 선임기자 2022. 6. 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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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硏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생명공학연구원]
■'과학기술 선도국가 도약' 제언
고령화시대 미래 먹거리 바이오헬스
의료·보건 데이터 활용 등 제약 많아
연구 규제 풀고 기업가정신 일으켜야
창의·도전·실패용인 문화 조성하고
근무시간 외에도 연구땐 인센티브
산학연병정 연계 '과기융합'도 총력
산학연 리더들이 27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에서 열린 ‘제1회 국가연구소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생명연 편에서 기업가정신에 관한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박영우(왼쪽부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 대전=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고령화 시대 바이오헬스는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국가전략기술입니다. 연구개발(R&D) 현장의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고 기업가정신을 불러 일으켜야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27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제1회 국가연구소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생명연 편에서 산·학·연·정 리더들은 “과학기술 패권 시대, 선도형 국가로 나아가려면 연구 현장에 자율성을 주는 등 역동적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서울대 교수가 2000명이 넘는데 절반이 바이오와 관련된 연구를 한다. 그만큼 바이오가 대세”라며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반도체 못지않게 바이오 등 다른 국가전략기술들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 줄기세포, 유전자변형농수산물(GMO) 등 규제가 많고 의료·보건 관련 빅데이터 활용도 힘들다”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국가 운영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등 연구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기업가정신을 고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가 R&D 시스템이 창의성, 도전 정신, 다양성을 북돋워주고 실패를 용인해야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과학기술 강국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생명연의 연구원 등이 박영우(왼쪽부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김무환 POSTECH 총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이 기업가정신에 관해 특별 대담을 하는 것을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통인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앞으로 바이오 시장이 정보기술(IT)보다 더 커질 텐데 바이오헬스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주요 5개국(G5) 진입은 요원할 것”이라며 규제 혁파를 촉구했다. 현재 반도체·자동차·화학을 합친 것보다 시장이 큰 바이오헬스 경쟁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돼 족쇄로 작용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더 연구하고 싶다면 미국처럼 밤을 새워서라도 인센티브를 받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미국은 주 40시간제이나 일을 더 하고 싶은 연구자는 신청해 통과되면 추가로 펀딩을 받아 더 연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기술이전을 더 많이 해 로열티 수입도 많고 창업에서 우선권도 받는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추격형·모방형을 넘어 선도형 시대에는 도전과 모험을 해야 돼 연구 현장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며 “출연연이 정부에서 지원 받은 예산에 대해 자율적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산학연에서 기업가정신이 얼마만큼 있는지 의문”이라며 “출연연에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으면 사회문제 해결도 하고 기술 기반 창업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벤처는 기술 포장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출연연과 대학에서 기술이전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특허 등 지식재산권(IP)도 질적 평가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김무환 POSTECH 총장

유태계 미국인인 조슈아 잭맨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놀라운 과학기술 발전을 꾀했고 뛰어난 인적 역량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바이오 등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로 도약하려면 위험을 감수하는 후츠파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R&D 시스템은 주로 논문·특허 등 양적 성공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세계적인 혁신은 일련의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전 1만 번이나 실패한 게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잭맨 교수는 “한국이 미세 플라스틱과 미래 감염병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기업가정신과 기술 사업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해외 산학연과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R&D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오생명과학 대국을 만들기 위한 산·학·연·병·정의 협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출연연의 해묵은 해결 과제로 꼽히는 PBS(정부와 기업에 연구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를 충당하는 시스템) 혁신에 대한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조슈아 잭맨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육성에 달려 있다”며 “고령화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인 데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 다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엄청난 블루오션을 창출해 낼 수 있어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원장은 이어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하려면 한두 가지 주제에 집중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채우기 위해 하고자 하는 연구가 아닌 다른 과제를 수행(PBS)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하소연했다. 생명연은 현재 총 2000억 원의 예산 중 정부 출연금 비중이 절반에 그친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우리나라의 바이오 역량을 다 합쳐도 미국 보스턴 하나를 따라잡기 힘든데 서로 경쟁하도록 자꾸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며 “포스텍 교수 중 3분의 1이 바이오 헬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연구 과제를 줄 때 산학연이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250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하는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을 위해 지난해 각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붙여 인천 송도로 결정한 것을 꼬집기도 했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출신인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은 “고령화 심화로 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출연연과 대학의 연구자들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게 해야 한다. 융합 프로젝트에 대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 회사가 하버드대 등과 협력하는 사례를 들며 생명연도 보스턴 등에 지부를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생명연의 한 연구원이 기업가정신에 관한 특별 대담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대전=오승현기자
생명연의 연구원 등이 박영우(왼쪽부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김무환 POSTECH 총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이 기업가정신에 관해 특별 대담을 하는 것을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정부가 대학에 대한 촘촘한 규제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 총장은 “사립대는 각자 고유 목적에 충실하게 특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발상을 바꿔야 한다”며 “심지어 사립대 건물의 온도까지 정부가 관리하는 등 규제가 과도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출연연과 대학에 주 52시간제와 불필요한 안전 규제 등을 예외로 하는 규제 프리 건물 존을 운영해야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기업가정신과 관련, “고등학교 때까지 실수 안 하고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을 가르친다”며 “대학에서 ‘실패해도 괜찮아’라며 도전하라고 해도 잘 안 된다”고 고백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25개 과학기술 출연연의 연간 기술이전이 3000~3800건이고 지난 5년간 창업 기업은 241개에 달한다”며 “국가 임무 중심형 연구를 통해 국가전략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학연 R&D 거점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104개 지역 출연연 조직을 활용해 지역 산업 혁신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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