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공항철도에 퍼지는 '수상한' 목소리..정체는?

KBS 2022. 6. 28. 18: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6월28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장승원 공항철도 기관사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0628&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코너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기관사]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열차의 운행을 맡고 있는 기관사입니다"

[앵커]
매일 아침,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로 지하철에 올라타면 이렇게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우리를 반깁니다. 1년 365일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기관사분들, 오늘 철도의 날을 맞아서 아주 특별한 목소리의 주인공 모셨습니다. 장승원 공항철도 기관사입니다. 어서 오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조금 전에 녹음된 소리가 아닌 직접 생방송으로 안내방송을 해주셨어요. 어떠세요? 기관석에서 하는 거랑 또 다르죠, 느낌이?

[답변]
아무래도 운전실에서 하는 거랑 낯선 공간이다 보니까 좀 많이 떨리는데 지금도 많이 떨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공항철도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어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여기서 최고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 이런 상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어떤 대회에 나가신 건가요?

[답변]
공항철도에서 매년 안내방송 경진대회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첫 출전인데 준비를 열심히 해가지고 운 좋게 수상하게 됐습니다.

[앵커]
저렇게 열차 안에서 대회를 합니까?

[답변]
맞습니다.

[앵커]
여기서 1등을 했다. 우승 비결이 뭐였을까요?

[답변]
저는 외모가 아니었나 합리적인 의심을 했는데요. 당연히 아니었고.

[앵커]
심사기준.

[답변]
일반적인 안내방송 같은 경우에는 정확한 내용 전달이 가장 중요하고요. 비상상황 같은 경우에는 육하원칙에 의거해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 승객들은 어떤 조치를 해야 되는지, 이런 거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기도 하니까 그런 거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조금 전엔 딱딱한 안내방송 멘트를 하셨는데 그런 거 말고 따뜻한 글귀가 있는 감성멘트 버전으로도 한번 부탁을 드려볼까요?

[답변]
짧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장마는 늘어진 테이프처럼 가늘고 길게 또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리치곤 합니다. 끈적끈적한 이 장마 잘 보내고 계신가요? 힘든 일, 버리고 싶은 감정은 모두 열차에 두고 내리시고 비가 그친 후 깨끗해진 감정만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앵커]
오늘같이 축축한 날씨에 딱 이네요. 직접 이런 건 쓰시는 거예요?

[답변]
네, 저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좋은 글귀나 라디오 멘트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나름의 창작의 고통이 있겠군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기관사는 사실 열차 운행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목소리에 힘을 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답변]
사실 안내방송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할 수가 있거든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승객이 몰리다 보니까 필연적으로 열차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냉난방 민원도 마찬가지고. 저희가 양해방송을 통하면 고객 여러분들이 많이 이해를 해 주시고요. 기상상황 같은 경우에는 안내방송을 통해서 빨리 정확하게 하는 것이 큰 사고를 막는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앵커]
조금 전 같은 감성멘트를 날려주시면 승객들에겐 작은 위로와 때로는 웃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피드백이 있습니까? 반응을 보이세요, 승객들이?

[답변]
많이 칭찬을 해주시는데요. 힘들었는데 위로받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심지어 울컥했다는 분도 계시고요. 제가 최근에 받았던 칭찬 민원인데 마곡대교를 지날 때, 우리 열차는 지금 마곡대교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멘트를 쳤는데 타이밍이 좋았다고까지 칭찬을 해 주시더라고요.

[앵커]
그렇군요. 공항철도가 유일하게 강과 바다를 건너면서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구간을 갖고 있잖아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다른 분들이 받은 메시지인가 봐요, 이건.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다른 기관사분들도 이렇게 자주 반응을 얻으시나요?

[답변]
공항철도 기관사 다 하고 있습니다.

[앵커]
울컥했다. 부드러운 목소리 등등. 길게 문자들을 많이 보내시네요. 퇴근길에 좋은 말씀은 메모장에도 적어놨다. 이런 거 보시면 뿌듯하시겠어요.

[답변]
정말 보람찹니다.

[앵커]
정작 남들에게는 위로와 웃음을 주신다고 하는데 기관사들의 하루는 어떨까. 이것도 궁금해요. 출퇴근 시간이 365일 다 다르다고 들었거든요. 기관사님은 어떠신가요?

[답변]
저희는 보통 5일 주기로 주간, 주간, 야간, 비번, 휴무 이렇게 돌고 있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휴일이 이틀 껴있는 달이 있기도 하고요. 같은 주간을 출근하더라도 아침 6시부터 오후 12시 반 정도까지 시간이 계속 다르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간에 대해서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앵커]
출근 시간이 매번 다르다 보면 식사 시간도 불규칙할 수밖에 없을 테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러진 않습니까?

[답변]
기관사들이 보통 역류성 식도염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앵커]
역류성 식도염?

[답변]
네. 저도 가지고 있고요.

[앵커]
왜 그렇죠?

[답변]
저희가 시간이 일정하지가 않다 보니까 식사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수면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까 그런 질병을 가지고 있고요. 공항철도 기관에서는 선배들이 후배 신입기관사가 들어오면 저희는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하게 돼 있어요. 거기서 역류성 식도염의 진단서를 가지고 오면 정말 기관사가 되었구나 인정해 주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진단서가 일종의 훈장 같은 역할도 하는 거네요. 보통 한 번에 몇 명까지 태우고 다니세요, 평소?

[답변]
출퇴근 시간대는 1,500~1,600명까지 태우고 다닙니다.

[앵커]
굉장히 많은 분들을 태우고 다니시면 자부심도 클 거 같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거니까 이게 부담감도 클 거 같고,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해야 될까요? 어떠세요?

[답변]
저 같은 경우에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요. 책임감을 사실 저희가 평소에 시뮬레이터나 이런 걸 통해서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그 책임감을 그냥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근무를 하는 편입니다.

[앵커]
보통 CCTV로 승객들 다 보고 계시잖아요. 어떤 상황에서 가장 머리가 쭈뼛하신가요?

[답변]
저희가 아무래도 운전실의 CCTV로 승강장 감시를 하면서 출입문 출입을 하거든요. 그런데 가끔 엄청 빠르게 달려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는 정말 다치실까 봐 정말 아찔한 순간이 아닌가.

[앵커]
그런 순간이죠? 우산이라든지 가방 먼저 밀어 넣고 발 한쪽 밀어 넣고 하는 그런 분들.

[답변]
위험하니까 절대 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안 했으면 좋겠다. 운행 중에도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을 거 같아요, 지상이든 지하든. 어떤 경험을 갖고 계신가요?

[답변]
다행히도 저희 공항철도는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가 돼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인데 지상공간이 많다 보니까 사람이 들어오거나 야생동물이 들어오거나 이러는 경우가 좀 있어요.

[앵커]
야생동물이요? 어떤 거요?

[답변]
심지어 저는 고라니랑 같이 열차가 80km로 달리고 있는데 고라니랑 같이 뛰어간 적도 있거든요. 다행히 마주치진 않아가지고 다행이었습니다.

[앵커]
사람이 뛰어드는 경우라는 건 어떤 경우 말씀하시는 겁니까?

[답변]
사람 같은 경우에 저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들어오시는데 나물을 뜯으러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고 강아지가 들어와서 강아지를 찾으러 들어오셨다는 분들도 계시고 사진 찍으러 들어오셨다는 분도 계세요.

[앵커]
그런 분들한테는 절대 그러지 마라.

[답변]
안 됩니다.

[앵커]
이 시간을 빌려서 당부를 하셔야 될 거 같네요. 운전석 안의 풍경은 궁금한데 요즘은 대부분 자동화가 돼 있고 수동으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들었어요. 심지어 철도망에도 자율주행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기관사 없이 달리는 그런 구간이 있습니까?

[답변]
보통 자동운전 같은 경우에는 모든 시스템이 정상일 때 가능하고요. 야간에 작업이 끝나고 각 구간 첫 열차 운행하는 열차들은 안전유무를 확인해야 되기 때문에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고요. 지금

[앵커]
기관사 없이 자율주행만으로 달리는 구간도 있나요?

[답변]
네. 신분당선이나 최근에 개통한 신림선 같은 경우에도 기관사 없이 안전요원만 태우고 다니는 게 있죠.

[앵커]
그럴 때는 혹시 내 일자리 없어지는 거 아닌가 불안한 느낌은 안 드세요?

[답변]
기술적으로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하지 않나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퇴근길 많은 분들이 집으로 귀가하고 계실 텐데 지하철에 계신 분들한테 마지막으로 마무리 멘트 한번 해 주시면 어떠실까 싶네요.

[답변]
고객 여러분, 혹시 사람이 가장 필요한 근육이 뭔지 아시나요? 퇴근입니다.

[앵커]
저희도 퇴근할 시간 된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장승원 기관사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