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BTS, 한국대중음악계의 기적
방탄소년단 단체활동 중단으로 충격파가 일었다. 정확히 말하면 단체활동 대부분 중단이다. 일부 활동은 이어지지만 단체활동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곡 발표나 순회공연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론 휴식, 재충전과 개인활동이 이어진다. 하지만 대체로 인기그룹 구성원의 개인활동이 단체의 인기를 넘어선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 신드롬은 약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방탄소년단은 놀라운 존재였다. 우리 아이돌들은 무대 퍼포먼스에 특화돼있다. 한국 아이돌에 비하면 해외팀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 아이돌의 퍼포먼스 능력은 세계적이다. 방탄소년단은 그중에서도 압도적었다.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는 시각적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 퍼포먼스를 최근까지도 이어왔다.
퍼포먼스가 뛰어나면 가창력이 미진한 경우가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가창력마저 최고 수준이었다. 이렇게 능력치가 뛰어나면 외모가 대중의 보편적인 선호와 거리가 멀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외모마저 대중의 선호와 부합했다. 이렇다 보니 군계일학으로 빛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전 세계인에게 발견된 이유다.
거기에 더해서 이들에겐 중소 기획사 출신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흙수저 청년들이 온전히 자신들의 피땀으로 한 발 한 발 위로 올라가는 눈물의 연대기였다. 소외된 젊은이들이 방탄소년단에 감정이입하면서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했다. 10대 때는 10대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고, 20대 때는 20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이 더욱 세계 젊은이들을 방탄소년단과 일체화되도록 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 가사엔 '생각'의 결과물들이 있었다. 이런 것도 팬심을 더욱 깊게 했다.
흔히 한국 아이돌을 폄하하는 시각으로 기획사가 만들어준 대로,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에 방탄소년단은 스스로의 음악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그래서 서구 젊은이들에게 방탄소년단은 여타 한국 아이돌과 구별되는 특별한 뮤지션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방탄소년단은 지구상에서 최고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이 꼭지점은 아니었다. 최근 그들은 더욱 성장하고 있었다. 백악관 방문으로 위상이 더 올라가면서, 그동안 서구 초대형 팝스타들에게만 해당되던 세계 평화의 상징 같은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더 거대한 팝스타로 진화하면서 내년 그래미상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덜컥 단체활동 중단선언이 나와 충격이 크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초인적인 인고의 시간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9년간 만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그동안 보낸 시간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를 웅변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느라 쉴 틈도 없었고, 세계적인 시상식이나 유엔 등 대형 일정을 소화하면서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거기다 팀으로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단체생활을 했기 때문에 20대 기간 동안 개인생활이 없었다. 극도로 답답했을 것이다. 원래 2020년이 활동 시즌1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 시점을 넘어 현재에 이르도록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활동을 이어왔다. 이젠 휴식할 때가 된 것이고 마침 나이도 30대를 바라본다. 팀 활동 10여 년에 30대로 접어드는 시기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방탄소년단은 팀으로서 모든 힘을 소진해 세계 최고를 달성하고 이제 쉼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팀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존재 자체가 기적이었다. 외모, 공연실력, 창작능력을 다 갖춘 팀원들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인데 게다가 이들은 인성까지 갖췄다. 9년 활동 동안 큰 구설수가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인성에 기복 없이 퍼포먼스 수준을 유지하는 성실성까지 갖췄다. 이렇게 모든 걸 다 갖춘 팀이 또 만들어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인다.
우리 대중문화계에 방탄소년단이라는 기적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한국 가요 더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 각인됐고 한국 국가브랜드 가치도 상승했다. 그래서 이들의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이 내년에라도 팀활동을 재개한다면 한류에 천군만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병역 문제가 걸려있다. 이들을 군인으로 만들 것인가 한류 활동을 하도록 할 것인가? 우리 공동체가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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