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이대로 가면 내로남불 시즌2 된다

입력 2022. 6. 28. 18:20 수정 2022. 6. 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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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악의 패전으로 기록된 베트남전은 아무리 훌륭한 인적 물적 자원을 갖춘 정부라도 자만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참전을 기획할 당시 미국은 국력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고, 케네디정부는 최고 인재의 집합소였다. 하루 저녁거리도 안 되는 북베트남에 치욕적 패배를 당한 데 대해 작가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그 답을 '최고의 인재들'에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그들은 스스로 최고라는 오만과 편견을 갖고 있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둘째 최고의 명문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팀은 비슷한 세계관과 시각 일색이었다. 동종교배 유전병에 걸려 있었다.

능력주의 인사로 구성된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드림팀임을 자부한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그런 마음일 것임은 불문가지다. 출범 50일밖에 안 됐는데 윤 정부의 성패를 가늠하는 건 성급하다. 온전한 평가는 5년 후에 해야 한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조급하다. 윤 대통령과 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성공의 싹수를 찾아보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나아가 5년 후 정권재창출을 하고 자유 민주 우파세력이 10년 이상 집권하길 꿈꾼다. 그 꿈을 폄하하는 말에는 불편해하고 반박한다. 여기서도 '윤석열 팬덤'이 서서히 자라고 있다.

그러나 외부 견제는 물론 내부 필터링이 사라진 미국 최고의 드림팀이 실패한 것처럼, 윤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능력주의 이면의 함정이다. 엘리트주의에 자만심이 깃드는 것은 개울 돌에 이끼가 끼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팬덤의 열(列)에서 비낀 '의도된 비관주의'가 요구된다. 국민이 정치적으로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승리에 취해있거나 지지층이 모두 한쪽으로 휩쓸리면 내부 균형추는 사라지고 상대편에 말릴 수밖에 없다. 정권은 끊임없이 자신의 허벅지를 바늘로 찔러야 한다. 정권 스스로 못하면 지지층이 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위태위태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딴 점수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탈원전 정책을 깨끗이 청소한 것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원전 설비업체를 방문해 원전수출체제 재가동을 약속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거듭 확인한 것은 극히 일부 탈원전주의자들을 제외하곤 환영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민과 유리됐던 청와대를 공원화하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것도 '패착'이 아니라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활공간으로 들어온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백화점 가서 구두를 사고 빵집 나들이를 하며 출근길에 거의 매일 약식 회견(도어스태핑)을 하는 모습은 팬덤을 불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탈권위주의를 윤 대통령이 완성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최근 점수를 잃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다보니 헛 나온 것이라 해도 조심스럽지 못했다. 민주당 정부 때 했던 바로 그 수사의 대부분을 윤 대통령 자신이 2016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국정농단특검팀 수석검사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맡았기 때문이다. 정적들에게 '내로남불'이란 빌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명을 않은 채 주요 검찰인사를 하는 데 대해 검찰총장 패싱이고 식물총장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했다. 그 말은 윤 대통령이 총장 재직 시 문 정권이 인사를 통해 그의 측근을 모두 잘라낼 때 한 말이다. 역시 대단한 '내로남불'이다.

물론 약식 회견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니 접어들을 여지는 있다. 그러나 작은 말씨 하나에도 심중이 배어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벌써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오만의 씨앗이 자라고 있지 않는지 걱정된다. 문 정권이 실패한 원인의 팔 할은 오만과 내로남불이다. 5년 후 핼버스탬의 지적을 빗대 윤 정부를 분석한 다음과 같은 분석이 안 나오길 바란다. "가장 시험 잘 보고 수사 잘한다는 최고 인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권보다도 더 최악의 정권으로 평가받게 됐는지 미스터리다." 이대로 가면 윤 대통령이 내로남불 시즌2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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