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관제 분리 검토"..'철도 민영화' 논란 5년 만에 재점화

최하얀 2022. 6. 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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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새로 발주한 차량 정비
정부 "현대로템이 할 수도"
2027년 운영 예정 '제2 관제센터"
정부 "철도공단이 할 수도"
노조 "철도 쪼개기 통한 '은밀한 민영화'
철도공사-SR 통합논의부터 해야"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차량 정비 업무 일부를 민간 기업에 넘기고 관제권은 다른 공공기관에 옮기는 방안 등을 정부가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약 5년 만에 ‘철도 민영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철도 안전과 운영 효율성 제고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철도노조는 “철도 쪼개기를 통한 민영화 수순”이라며 28일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정부 “SR 새 열차 정비 현대로템에”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출범한 수서발고속철도 운영사 에스아르(SR)가 올해 발주한 14편성(여러 차량이 연결된 열차 한대) 정비 업무를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맡길지를 검토하고 있다. 강희업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로템이 정비 시장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민간 제작사의 정비 참여는 올 초 발생한 열차 탈선 사고 뒤 추진하는 안전대책이자 차량 제작과 정비 간 기술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5일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케이티엑스(KTX)-산천 23호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탈선하는 사고를 계기로 정비업무를 철도공사에서 민간에 떼내는 계획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안전 대책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노조는 “정비시장 민간개방은 전형적인 은밀한 민영화”라고 주장한다. 김선욱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1월5일 발생한 케이티엑스 탈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국토부가 구성한 사고조사위원회는 아직 공식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다”며 “정비 불량이 아니라 바퀴 제작 결함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에 정비를 맡길 경우 제작 결함을 은폐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안전을 위해서도 정비 업무를 기존대로 철도공사가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철도공사-SR 통합 논의 중 관제권 이관?”

철도 관제권도 논란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사전질의에서 “철도 유지보수와 관제운영 등을 국가철도공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철도공사가 서울 구로 차량기지 주변에 있는 철도교통관제센터에서 케이티엑스, 수서고속철도, 민자철도 등을 아우르며 관제를 하고 있는데, 2027년부터 ‘오송 제2철도 교통관제센터’가 운영될 것을 앞두고 관제권과 유지보수업무 등을 철도공사에서 철도공단으로 이관할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철도공단은 철도 건설과 관리를 담당하는 국토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강희업 철도국장은 “철도공사에 관제권이 있는 게 철도공사 독점 시대에는 맞았지만, 이제는 에스아르도 있고 민자 철도도 있으니, 제2 관제센터 운영권한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중장기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관제권 이관은 철도 민영화를 위해 정부가 밀어붙였던 철도공사-에스아르 분리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며 “영국이 비슷한 철도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내걸며 철도공사와 에스아르를 분리하고, 철도공사가 지분 40%를 갖는 에스아르에 수서고속철도 노선 운영권을 줬다. 이를 두고도 ‘철도 민영화 포석’이란 비판이 많았던 가운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두 기관 통합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철도노조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통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국토부가 각 기관 노조와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후 제대로 개최된 적이 없었고 사실상 공전 상태”라며 정부에 통합 논의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을 표했다 .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도 거버넌스 분과위를 열었다“면서도 “노조 쪽 위원 없이 민간위원들로만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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