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총성 없는 다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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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앞으로 5년에 걸쳐 민간 및 공공기금으로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기반시설에 6000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한다는 약속이 성사되었다.
이것은 중국이 현 세계질서를 부인하며 2013년부터 시작한 수조달러 규모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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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제14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가상 참석으로 정족수를 채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나토와 쿼드를 겨냥해 냉전적 사고방식, 블록 대결, 일방적 제재를 지적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를 비난했다. 브릭스의 기본인 경제위기 극복의 문제에서 안보 및 전략적 문제로 방향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며 모디 총리는 특정 언급을 피하고 전염병 문제 해결방안, 식량, 에너지, 안보, 인플레이션 및 경제회복의 맥락에서 세계경제의 합리적인 운영체계를 강조했다.
또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짧은 시기에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의존하며 보완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도 알 수 있다. 중국의 강압적인 태도가 브릭스 내부 세력균형의 문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인도는 다수의 현안에서 중국과 의견충돌을 보이며 글로벌 패권, 평화위협 인식 및 적대국 문제에 대해 중국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인도는 브릭스 외에 상하이 콘퍼런스, 쿼드 및 기타 여러 다자간 협정의 회원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온적 대응으로 비판을 받아온 인도는 다자외교를 통해 현재 자치국으로서의 위치를 활용해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도 적절한 인정을 얻어내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도 인도와 비슷한 발자국을 따라 특정 국가의 국익에 이용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을 배제한 중국 중심의 다자간 기구 구성을 원하며 '브릭스 플러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는 5개 회원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준 없이는 쉽지 않다. 이미 남아공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가 합류하는 것에 열정적이지 않고,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의 진출을 원치 않는다.
양자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접근방식으로 다자주의는 오늘날 국제관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다자주의가 현재 요구하는 원칙은 열린 협의, 포용성, 투명성, 현실에 맞게 미래지향적이며 지속가능한 운영방식이다. 이러한 생각방식에는 회원국의 화폐단위보다 규범과 가치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고 또한 이것이 세계 경제상황을 개선하고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리란 믿음이 포함된다.
세계질서를 바꾸려는 한 국가 또는 소수의 관심은 잔물결을 일으키는 바다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물에 던져진 돌은 물의 연속성을 깨지 못하고 그냥 가라앉는다. 그러나 경제활력의 파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행복을 보장하는 삶의 본질을 잊은 채 인간사회를 인위적으로 갈라 군사적 이익을 창출한다 해도 이는 오래 지탱되지 않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비극의 시기에 총성 없는 다자외교의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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