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공정거래정책, 경쟁촉진에 중점둬야

윤경환 기자 2022. 6. 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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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작은 내수 시장, 자본과 자원 부족 등 소위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는 '흙수저' 국가다.

이러한 역경을 이기고 지금처럼 경제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국민과 정부가 노력하고 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에 방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국의 경쟁 당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 경쟁이나 소비자 보호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을 지키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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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서울경제]

우리나라는 작은 내수 시장, 자본과 자원 부족 등 소위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는 ‘흙수저’ 국가다. 이러한 역경을 이기고 지금처럼 경제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국민과 정부가 노력하고 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친기업적 제도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의 기업 환경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개발원(IMD)이 올해 발표한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과 관련한 제도적 환경 지표인 ‘기업 여건’은 63개국 중 48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다른 기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 환경 지표도 그리 다르지 않다. 기업 환경이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는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 규제다.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받게 되는 차별 규제가 2021년 기준 58개 법령, 282개에 이른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거래 제한, 상호 출자 및 채무 보증 금지, 지주회사 규제 등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우리가 대기업으로 알고 있는 삼성전자·현대차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소·중견기업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경쟁사인 애플과 도요타의 7분의 1이다. 매출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약 3분의 1, 현대차는 도요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에 방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위와 유사한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일본 공정취인위원회 등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경쟁 당국’의 임무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하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 우리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를 실시했으나 기업 발목만 잡는다는 이유로 2002년 폐지했다.

필자가 2002년 영국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수강할 당시 경쟁 당국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있다. 영국의 경쟁 당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 경쟁이나 소비자 보호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을 지키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인수합병(M&A) 심사를 통해 자국의 핵심 기업이 외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 기업들은 애플·도요타·TSMC 등 글로벌 기업들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다. 우리 기업들이 전쟁터에서 승리하면 그 결과는 국내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귀결된다. 국내 제도와 규제가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여러 법에 산재한 경쟁 제한적 규제·정책을 과감히 혁파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것이 ‘창의적인 기업 활동과 소비자 보호 및 국민 경제 발전’이라는 공정거래법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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