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고회전 일수 80→94일 기업들 "소비위축 비상"

김경진 2022. 6. 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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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高)'현상이 지속하면서 국내 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물가상승률을 4.5%에서 4.7%로 상향 조정했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한때 130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장중 한때 1300원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현 상황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으로 해외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물가로 전이·확산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복합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물가 상승세"라고 강조했다.


소비 위축에 삼성전자 재고 소진에 94일


고물가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어 제조업 경기를 얼어붙게 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 전망치를 2억879만4000대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전망치보다 284만5000대가 줄었고, 지난해 출하량과 비교하면 474만3000대가 감소한 수치다. 미국 미시간대가 조사하는 지난달 소비자 심리지수는 50.0으로 이 대학이 1940년대 후반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기업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회전 일수는 평균 94일이다. 이는 예년보다 2주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재고회전 일수는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간이 늘수록 비용 부담이 늘어 영업이익이 준다.


원자잿값 올라 "제품 팔수록 손해"


수출 기업에 호재로 통하던 고환율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 기업의 40.1%가 지난해 대비 원재료 가격이 20% 이상 올랐다고 답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진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제조 원가가 높아지지만 제품 가격은 단기간에 인상하기 어려워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제조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기업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6.8%가 "최근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해 영업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답변도 31.2%나 됐다.

특히 자동차부품·석유화학 업종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상공회의소가 28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원자재 비중이 높은 자동차부품(69), 석유화학(63), 비금속광물(61) 등은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현대모비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2%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잿값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21.1%나 감소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환율이 높아지면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나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수입 비용이 증가한 데 비해 수출 단가는 바로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에 은행·단기 자금 찾는 대기업


고금리도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소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총 25조6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9% 감소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나 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 단기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이미지. 셔터스톡


기업들이 자금 조달 방망이를 짧게 쥐고 있단 의미다. SK렌터카·SK머티리얼즈(SK스페셜티)·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은 지난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P-CBO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용도 A 이상의 대기업은 활용 빈도가 낮은 조달 방식이다.

박찬우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만기가 짧아 단기 상환부담이 있는 단기금융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경기 하강으로 기업의 현금 흐름이 악화할 경우 기업의 유동성 부족을 가중할 수 있다"며 "회사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위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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