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윤재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세계경제 빠르게 블록화..韓, 시장보다 기술 가진 나라 선택해야"

조미현 입력 2022. 6. 28. 17:29 수정 2022. 7. 13. 14: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황윤재 차기 한국경제학회장(다산경제학상 수상자)
연금개혁 더이상 미뤄선 안돼
세대갈등 줄이는 방법 고민을
부동산정책, 집값 안정화보다
공급 늘리는 것에 초점 맞춰야
물가 잡으려면 정책 일관성 중요
文정부 입대차3법 같은 정책은
계량경제학서 보면 필연적 실패
세계경제학자대회 韓 유치 목표
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인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27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허문찬 기자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인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경제학의 비교우위론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경제 안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시장이 아니라 기술을 가진 나라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중국(시장)보다 미국(기술)과 전략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취지다. 황 교수는 “현재 당면한 경제 위기가 장기 침체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기조에서 정부 정책이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책 수립은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정책 실험 후 실증 기반의 정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임대차 3법과 같은 지난 정부의 정책은 계량경제학적으로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세계계량경제학회 종신 펠로(석학회원)에 선정된 저명한 계량경제학자다. 경제모형 설정 때 연구자의 자의적 가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비모수적 추론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유망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다산경제학상을 2017년 수상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뭐라고 봅니까.

“당장은 인플레이션이 우려스럽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통화·재정정책이 확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기후 변화 등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오면서 공급 측에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다 보니 우리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게 걱정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도 있나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속도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대외적인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진다면 안심하고 있기 어렵다고 봅니다.”

▷1970년대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는데요.

“과거보다 위기가 더 복합적입니다. ‘경제 안보’라는 말이 나왔듯 지금 세계 경제는 재편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비교우위에 따라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블록화하면서 교역할 상대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한국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은 시장(중국)과 기술(미국) 가운데 선택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장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는 경제 추격론에 동의합니다. 기술이 있으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만, 기술이 없으면 시장을 개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기준금리 인상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대외 의존도가 큰 신흥국인 한국부터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정책당국이 지나친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할 때 스승이기도 한 로버트 실러 교수는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나치게 인플레이션 위기를 강조하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주체가 최악을 대비해 소비와 투자를 더욱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 총재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때 극히 신중해야 합니다. 또 통화당국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단기적으로 현재의 위기가 경기 침체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 수단을 잘 써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감소 극복, 효율적인 인적 자본 투자, 노동시장 개혁, 양극화 개선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실증 기반의 정책을 펴야 합니다. 정책 수립은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정책 실험이 이뤄져야 합니다.”

▷부동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까.

“계량경제학적으로 보면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화가 아니라 수요에 따른 충분한 공급이 목표가 돼야 합니다.”

▷연금 개혁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대 갈등을 줄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연금 문제는 세대 간 제로섬 게임 형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연금 가입 청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당장 시작하되 예측 가능하도록 서서히 진행해야 합니다.”

▷차기 학회장으로 가장 역점을 두는 건 무엇입니까.

“2025년 8월 세계계량경제학회가 개최하는 세계경제학자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세계경제학자대회는 5년마다 열리는 경제학 분야 최대 국제 학술대회로, 경제학계 올림픽이라고 불립니다. 대회를 유치하면 한국 경제학계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