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섹시한 물류' 이색표현 쓰며 비전밝힌 조현민 한진 사장
2025년까지 1.1조 투자·매출 4.5조 목표
네이버·카카오·쿠팡과 경쟁도 자신
"저는 조미료 정도의 효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업의 크기와 질을 높이기 위한 준비는 항상 돼 있습니다."
조현민 ㈜한진 사장이 28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섹시하지 않은 물류를 섹시하게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조 사장은 경영에 복귀한 후 4년여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소 음성이 떨리는 등 긴장한 모습도 보였으나, 다채로운 표현으로 자신의 역할과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 3세인 조 사장은 201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9년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고 올초 한진 사장으로 승진했다.
'컴백' 조현민…창립 80주년 경영계획 선보였다
이날 한진은 창립 8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의 경영 목표와 각종 활동 계획을 내놨다. 조 사장이 말한 사업의 크기와 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해당 시점의 연간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해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 기업'(Asia Top-Tier Smart Logistics Solution Company)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분야별 투자 규모는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인프라 8000억원, 글로벌 1500억원, 플랫폼·IT(정보기술)·자동화 1500억원 등이다. 투자 재원은 부동산 매각, 회사채 발행, 영업이익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확장 △디지털 피보팅(Pivoting) △고객가치 극대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4가지 경영 전략도 실행할 방침이다.
글로벌 확장을 위해선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신시장에 진출하며, 이커머스 물류 확대 및 포워딩(운송업무대행)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디지털 피보팅은 자동화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육성하고, 데이터 기반 경영에도 나서며 이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 개발도 하겠단 구상이다.
고객가치 극대화를 위해 풀필먼트 및 라스트마일 배송 등을 통한 고객 경험 최적화를 추진하고, 국산 브랜드와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친환경 사업과 안전 문화 구축,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한 ESG 경영도 강화한다.
물류 서비스 확 바꾼다
조현민 사장이 자신을 표현할 때 언급한 '조미료'는 그의 역할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 사장은 한진의 물류 서비스를 기존보다 쉽고 재미있게 바꾸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마케팅 활동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유통 고객도 바뀌고 있으므로 물류도 바뀌어야 한다"며 "한진은 물류 업계 리더로서 어렵고 재미없고 부담스러웠던 부분을 재밌게 쉽게 친근하게 섹시하게 만들 것"이라며 가상의 물류 공간(메타버스)인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소개했다.
조 사장 주도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축한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는 미래지향적 물류 세계를 모티브로 마련됐다.
이곳에 접속하면 △미래형 풀필먼트 센터 △택배 터미널 △해상 운송·컨테이너 터미널 △항공·우주 운송 등 총 4개의 테마관을 둘러볼 수 있다.
향후 이곳에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업무협약 체결, 한진 임직원 소통 공간으로도 이용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네·카·쿠와 경쟁·상생 가능
조 사장은 사내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겸손했고 조직 관리·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한진은 임직원의 열정과 노력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저는 조미료 정도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인재다. 대표부터 택배기사님까지 좀 더 편한 업무 환경을 만들고, IT와 물류를 함께 배운 젊은 인재들이 한진을 이끌도록 계약학과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IT 기반의 새로운 경쟁 사업자에 대해서는 자신감과 상생 의지를 동시에 내비쳤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솔루션은 없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포장하고 마케팅하는지가 핵심"이라며 "네이버, 카카오가 검색엔진으로 강점이 있다면 저희는 물류를 너무 잘 알고 빠르게 대응하는 강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한진의 중요 고객이기도 하고, 저도 쿠팡을 쓰기 때문에 쿠팡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카카오와도 협력하고 있다. 네이버 등과의 경쟁은 더 좋은 유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상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서는 "M&A를 못한 것은 아니고 안 한 것"이라며 "선대 조양호 회장은 좋은 기회를 제안하면 '우리가 직접 하지'라고 해서 못 했던 부분이 있는데, 크기와 질을 높이기 위한 준비는 항상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