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서초동 티타임 / 강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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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은 영어 표현 그대로 '차를 마시는 시간'이다.
차의 수요 폭증은 막대한 부(은)를 중국(청나라)에 넘기는 심각한 무역 역조로 이어졌다.
주로 수사 책임자가 기자들과 집단적으로 만나 진행 중인 수사나 주요 현안을 설명하는 건조한 자리가 검찰식 티타임이다.
법무부 훈령으로 티타임을 금지한 이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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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티타임은 영어 표현 그대로 ‘차를 마시는 시간’이다. 차 한잔 앞에 놓고 누군가와 같이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차는 17세기 제국주의적 팽창을 본격화한 영국이 중국에서 들여온 이국적인 신문물이었다. 처음엔 값이 몹시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어 보석류와 함께 자물쇠 달린 나무상자에 보관할 정도로 귀중품 대접을 받았다. 그런 차를 즐기는 티타임이란 왕족이나 귀족, 상류층만 누릴 수 있는 소수의 호사 취미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산업화로 ‘티룸’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차도 티타임도 대중화가 이뤄졌다. 차의 수요 폭증은 막대한 부(은)를 중국(청나라)에 넘기는 심각한 무역 역조로 이어졌다. 역사가들이 꼽는 아편전쟁의 원인 중 하나다. 미국 독립전쟁의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에도 차가 등장한다. 이렇듯 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국인들의 일상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 ‘애프터눈 티’ 같은 이름들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과거 검찰에도 티타임이란 게 있었다. 주로 수사 책임자가 기자들과 집단적으로 만나 진행 중인 수사나 주요 현안을 설명하는 건조한 자리가 검찰식 티타임이다. 일종의 비공개 현안 브리핑인 셈인데, 처음엔 차가 나왔지만 기자들이 크게 늘어난 2000년대 초·중반 이후론 거의 사라졌다. ‘서초동’의 경우 큰 수사가 벌어지면 대개 매일, 평상시엔 주당 1~2차례씩 열렸다. 피의사실 공표죄, 공무상 비밀 누설죄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검찰 간부와 짧은 시간 최대한의 현안 파악이 목표인 기자들 사이에 ‘스무고개’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티타임은 검찰과 기자들의 심대한 ‘정보 비대칭’ 탓에 종종 언론 플레이의 장으로 변질되곤 했다. 그런 부작용이 집중 부각되면서 2019년 12월1일 전면 폐지됐다. 법무부 훈령으로 티타임을 금지한 이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다. 때마침 조 장관이 부임하기 전부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터라 주체와 시기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여러 논란이 일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문제의 훈령을 손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티타임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언론과 소통 폭을 넓히고, 추측·과장 보도를 억제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단순 회귀가 아니라 검찰의 악용 소지를 없앨 방안까지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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