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 원피스·정훈희 명곡 '안개'..박찬욱이 숨겨둔 미장센
모호함 상징하는 청록색
안개로 불확실한 마음 표현
'분당댁' 탕웨이 한국어
박정민·김신영 명연기도
사랑에 대한 명대사 눈길
마지막 장면 기대해 볼만
'헤어질 결심'은 남편을 죽인 범인으로 의심받는 송서래(탕웨이)와 그를 추적하는 형사 박해준(박해일)의 사랑 이야기다. 들뜬 유쾌함으로 시작해 먹먹한 애잔함으로 끝난다.
영화에서 시종일관 눈에 띄는 색이 있으니, 바로 청록색이다. 서래의 집 벽지, 서래의 원피스 등이 녹색인지 청색인지 모호한 빛깔로 이뤄져 있고 이 때문에 관객은 색을 특정하기 어렵다. 청색은 바다를, 녹색은 산을 뜻한다. 청록색은 인물의 모호한 정체와 심리라는 이 영화의 주제로 이어진다.
박 감독은 "청록색은 햇빛과 조건에 따라 달리 보인다. 두 가지 모두 산과 바다, 두 세계에 통용되는 색이면서 조건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인다"며 "한 사람에 다가가면 또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색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시각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함과 불분명한 상태가 인간 마음이라는 의미다.
영화는 서래·해준의 이별 직후 막(幕)이 한 번 나뉜다. 이때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소는 '안개의 도시'로 설정된 가상도시 '이포'다.
영화는 이포를 상징하듯 1967년 발표된 가수 정훈희의 전설적인 명곡 '안개'를 삽입했다. '안개'는 정훈희의 데뷔곡으로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박 감독은 "이 노래엔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라는 가사가 있다. 심금을 울려 영화에 넣었다. '헤어질 결심'은 모두 다 이 노래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안개'는 그룹 트윈폴리오 송창식이 다시 부른 바 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안개'는 정훈희·송창식이 영화 '헤어질 결심'을 위해 듀엣 버전으로 재녹음한 곡이다.
상징과 은유가 아니더라도, 탕웨이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탕웨이의 대사는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다. 형사 해준의 취조에 응하는 탕웨이가 다소 어설프지만 정확하게 발음하는 대사는 객석을 집중시킨다. 남편이 사망한 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말하는 장면도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탕웨이는 현재 경기도 분당에 거주해 별명도 '분당댁'이다.
탕웨이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고급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탕웨이는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한국어로 촬영하니 '너 이제 한국어 잘하겠다'고 하는데, 기초적인 것부터 열심히 배운 탓에 정작 '생활 한국어'를 못 배웠다. 그래서 아직도 제가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웃었다.
'헤어질 결심'엔 '어, 저 배우도 나왔어?'라고 놀라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눈에 띄는 배우는 박정민으로, 다른 영화에선 주연인 그가 이번 영화에 특별출연으로 짧게 등장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박정민의 등장과 그의 죽음 장면은 객석의 탄식이 불가피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화제가 될 인물은 정극 연기에 도전한 개그우먼 김신영이다. 분량이 짧지 않고, 연기력도 호평이 예상된다. 박 감독은 "김신영은 오래전부터 팬이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개그우먼 송은이는 '김신영 매니저'로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랐다.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인 만큼 명대사도 이어진다.
"나는 당신의 미제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당신이 사랑을 끝냈어도 당신은 늘 내게 사랑한다 말했다. 당신이 사랑을 끝냈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되었다" 등의 대사는 심장에 박힌다. 바닷가를 찾은 서래의 최후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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