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이어령 마지막 육필 원고

김슬기 2022. 6.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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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눈물 한 방울'로 출간
유족 "1주기에 서재 공개"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이어령의 육필 원고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김영사]
지난 2월 26일 별세한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40여 년간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썼다. '디지로그'를 주창한 얼리 어댑터의 서재에는 여러 대의 컴퓨터와 온갖 정보기술(IT) 기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두 차례 암 수술과 투병으로 생의 마지막에는 마우스를 클릭할 수 없어 펜을 잡았고, 이마저도 힘들 땐 육성으로 글을 남겼다.

2019년 11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독대하며 써 내려간 육필 원고가 책으로 출간됐다. 자신의 일생 마지막 화두로 삼은 '눈물 한 방울'을 제목으로 삼은 책이다. "스스로 생각해온 88년, 병상에 누워 내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했다. '디지로그' '생명자본'에 이은 그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서문)

1월 3일 오후, 자택을 찾은 고세규 김영사 사장에게 고인은 대학노트 크기의 군청색 노트를 건네며, 육성으로 서문의 의미를 불러줬다. 고인이 27개월간 기록한 사색의 단상 147편 중 110편을 가족과 함께 골라 시간 순으로 책으로 옮기고, 건강의 변화 과정이 담긴 육필과 그림도 함께 책에 실었다.

28일 만난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남편은 육필 원고가 많지 않다. 마지막엔 '컴퓨터를 못 쓰게 되니 장사꾼 말소리도, 문풍지 소리도 들려오고 옛 기억과 잃어버린 많은 것이 돌아오더라. 이것도 이것대로 좋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한 인간의 외로움이 육필에 있더라. 앞으로도 육필 원고는 다 책으로 내려고 한다. 7년을 투병했고 다른 노트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남은 육필 노트도 쌓여 있다. 장남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날 "글을 책이나 노트에만 쓴 게 아니라 에버노트 같은 것도 활용하셨다. 사방에 글이 널려 있다. 이미 발표된 것, 새로 쓴 것이 섞여 있다. 정리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관장은 "방 정리만 하려 해도 1년이 걸린다. 서재를 공개하려고 한다. 1주기 즈음에 쓰던 것, 메모하던 것을 그대로 남겨서 공개하고 보존하려고 한다. 정리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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