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이 '승마의 메카'로 거듭나는 방법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2022. 6. 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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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승마공원 갖춘 함안, 겉핥기 체험 넘어 승마인 유인할 프로그램 개발해야

(시사저널=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함안 승마공원에는 3동의 실외마장과 2동의 실내마장, 그리고 1동의 원형마장이 있다. 55마리의 승용마를 포함해 경주마, 종빈마 등 100여 마리의 말을 보유하고 있다. ⓒ김지나

최근 '승마의 고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도시가 있다. 경남 함안군이다. 함안군은 2009년 전국 최대 규모로 '승마공원'을 조성했고 올해는 두 번째 승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있다. 경주마들이 쉬거나 회복운동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을 갖추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과 함안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승마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함안군은 삼국시대 고대 국가였던 가야 연맹 중 하나인 '아라가야'의 수도였다는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2년에는 아파트 신축공사 중 발견된 한 고분에서 5세기 아라가야 시대에 제작된 말갑옷이 나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고대의 말갑옷으로는 유래 없이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희귀한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함안군에서 말산업에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함안군과 같은 지방 소도시에서 지역을 알릴 수 있는 개성적인 무언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아라가야 시대의 말갑옷 유물 발견은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함안군은 6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대규모 승마공원을 조성했다. 제2승마장을 만드는 데는 31억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함안을 '승마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무려 100억원이 투자된 것이다.

유럽, 미국 등 승마 선진국에서는 지역의 자연, 역사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외승 프로그램들이 많다. ⓒ김지나

말갑옷 발견 계기로 탄생한 국내 최대 승마장

'전국에서 가장 넓은 승마장'이란 타이틀은 경상남도에서도 외진 지역인 함안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이유가 될 만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회원이 아니면 10분 내외로 잠깐 말을 타보는 '체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연간 1만 명 내외의 사람들이 함안 승마공원을 찾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이 10분짜리 승마체험을 하고 갔을 것으로 짐작됐다. 함안 승마공원은 드물게 마장을 벗어나 야외에서 말을 타는 외승(外乗)코스도 갖추고 있었으나, 이곳 승마장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위험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승마가 레저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외승 프로그램들이 많다. 이전 칼럼에서 소개했듯이(기사 《도심 파리에 가장 완벽하게 녹아드는 법》 참고), 베르사유 궁전 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또한 외승지가 될 수 있으며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말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투어, 남부 프랑스의 라벤더밭, 페루의 마추픽추 유적지 등 지역의 자연 경관이나 역사 유적지가 외승코스로 활용되기도 한다. 승마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를 새롭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말을 타기 전 직접 기승 준비를 하는 것은 승마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김지나

'10분 체험' 뛰어넘는 승마 문화 정착돼야

승마를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체험'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승마는 스포츠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 말과 교감하고 말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탈 말에게 빗질을 해주고 직접 장비를 착용시키면서 말에 대한 책임감과 유대감을 키우는 시간 또한 승마의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누군가가 다 준비해준 말 등에 잠시 앉아서 몇 걸음 걷고 내려온다고 결코 승마를 '체험'했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함안 승마공원만이 아닌 생활체육으로서 우리나라 승마 문화가 가진 미숙한 점이다. 함안군이 정말로 우리나라 말 산업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으리으리한 승마장 시설을 짓는 것에 몰두하기보다, 올바른 승마 문화를 정착시키고 지역의 자연 환경이나 역사 자원과 연계된 특별한 승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단지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거액의 사업비로 하드웨어부터 지어 놓는 우리나라 지방 관광개발의 관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기적으로 승마를 즐기는 전국의 5만 승마인들이 함안군까지 말을 타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도록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승마의 고장'이란 이름이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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