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공의료원 추가 건립사업 사실상 무산..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 "기존 의료원 기능 강화"

백경열 기자 2022. 6. 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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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3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 관계자 등이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당선인의 제 2 대구의료원 건립 무산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지역에 공공의료원을 추가로 짓는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상길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은 28일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인수위는 현재 1곳인 대구 공공의료원의 숫자를 늘리지 않고 기존 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상길 위원장은 “응급 의료의 접근성에 따른 문제 등 대구지역 의료여건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고 본다”면서 “의료비 충족률과 상급(종합)병원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등 다양한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통계보다는 현재의 대구의료원이 정상적으로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이것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며 “제2 대구의료원의 건립과 관련해서는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홍준표 당선인에게 전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상길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이 28일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인수위는 이날 현재 대구의료원의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 대구의료원은 약 480명의 의료진을 확보해야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지금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인수위는 설명했다. 인수위는 예산 778억원을 투입해 대구의료원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보강하고, 응급의료 등 진료과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수위 기자회견에 앞서 대구 3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 등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홍 당선인의 제 2 대구의료원 건립 무산 시도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지난 21일 시장직 인수위에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시정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공공의료원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들은 “대구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약 10%의 공공병상이 코로나19 확진자의 80%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입원하지 못하고 숨진 환자의 비율도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상황은 시민 모두에게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알려준 첫 계기였다”면서 “기후위기와 감염병 시대에 공공의료는 시민의 생명줄이다. 홍 당선인은 전임 시장이 약속한 의료원 설립을 지체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2020년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숨진 고교생 정유엽군(당시 17세)의 유족도 공공의료원 추가 설립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군은 그해 3월 18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정군은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서 민간병원에서의 입원과 치료가 늦어졌고, 코로나19 검사만 13번 받다가 사망했다. 이후 의료계는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제때 하지 못해 정군이 사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28일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씨(55)는 “질병(감염병) 위기 시에 나타날 수 있는 의료공백의 다양한 형태를 지켜볼 수 있었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공공의료 강화와 확대를 통해 의료구제에 다가서야 함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의료문제의 상황인식과 공감능력에 대해 부족함과 무지의 극치를 보여준 홍 당선인의 행태에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제2 의료원 설립을 무효화하려는 상식밖의 행정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3월 약 8개월간의 검토를 거쳐 2027년까지 공공의료원을 추가로 짓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당선인은 대구시장 선거 후보 당시 “제2대구의료원 건립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3년 진주의료원을 폐원하고 채무를 없앴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홍 당선인은 지난 26일 “대구에 제2시민의료원이 필요한지 여부는 의료현장의 상황을 보고 판단할 문제이지, 그냥 막연하게 공공의료 강화라는 구실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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