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대립·분열 속 절실한 건 관용의 눈물 한방울"

나윤석 기자 입력 2022. 6. 28. 16:30 수정 2022. 6. 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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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을 보며 글 쓰는 이는 '축복받은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마지막 날까지 내면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28일 서울 중구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미발표 작품집 '눈물 한 방울-이어령의 마지막 노트'(김영사)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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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고인의 ‘눈물 한 방울’ 출간 간담회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故 이어령 전 장관 미발표 작품집 ‘눈물 한 방울’ 출간

투병 공개 2019년 10월~올 1월

직접 쓴 시·수필 등 110편 모아

“자신 위한 눈물은 부끄럽지만

남 위한 눈물은 가장 아름다워”

아내·두 아들 등 출판 간담회

“이어령 선생님을 보며 글 쓰는 이는 ‘축복받은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마지막 날까지 내면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28일 서울 중구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열린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미발표 작품집 ‘눈물 한 방울-이어령의 마지막 노트’(김영사)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전 장관의 부인인 강 관장은 “(마우스) 더블클릭을 하기 힘들어 손으로 쓸 수밖에 없었지만, ‘육필’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엔 강 관장 외에 아들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강무 백석대 교수가 참석해 실물 원고를 공개했다.

책은 이 전 장관이 암 투병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쓴 110편의 시와 수필, 직접 그린 그림을 엮었다. 생의 마지막에 이른 ‘시대의 지성’이 죽음을 독대하며 써내려간 내면의 기록으로 눈물이 사라진 시대, 눈물의 존재 의미를 성찰한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올해 1월 선생님이 250여 쪽 분량의 군청색 노트를 보여주시며 ‘원한다면 책으로 만들어보라. 염치 챙기지 말고 작업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생의) 마지막 동행자들이 인연 있는 사람들”이라며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만든 느낌이 이 작업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서문에서 “이제 인간은 박쥐가 걸리던 코로나에도, 닭이 걸리던 조류인플루엔자에도 걸린다. 그럼 무엇으로 짐승과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며 “우리는 피 흘린 혁명도 경험해봤고 땀 흘려 경제도 부흥해 봤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바로 눈물, 즉 박애”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인류는 이미 피와 땀의 논리로는 생존해갈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며 “대립과 분열의 피눈물이 흐르는 현실 속에 절실한 것은 관용의 눈물 한 방울”이라고 적는다. 홀로 발톱을 깎다 잊고 있던 새끼발가락의 존재를 환기하며 흘린 이 전 장관의 ‘눈물’은 박애와 관용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타인을 향한 연민으로 확장한다.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다.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다.”

행간에는 쇠락하는 육체가 소멸과 맞서는 분투의 과정도 생생히 녹아 있다. 절망과 의지가 교차하는 와중에 “가야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이나 무슨 무인도 같은 곳으로 찾아가야겠다”고 잠시 체념한 그는 끝내 생로병사의 섭리를 긍정하며 이렇게 노래한다. “내가 죽는 날은 맑게 갠 날이었으면 좋겠다. (…) 바람은 흐느끼지 않고 강물은 일시에 멈춰 호수가 되거라. 떠나리라. 내 영혼은 그렇게 맑게 갠 날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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