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즈 루어먼 감독 "엘비스 낡은 이미지 벗겨내고 싶었다"
엘비스 연기한 오스틴 버틀러 "엘비스가 관객에 말걸기 원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는 개인 항공기를 갖고 있었다. 나중에 마이클 잭슨의 부인이 되는 딸 리사 마리의 이름을 딴 전용기였다. 말년에 월드투어를 계획했지만, 매니저의 훼방으로 접어야 했다.
영화 '엘비스'를 연출한 배즈 루어먼 감독은 28일 화상으로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엘비스를 대신해 한국 관객을 만난다"고 말했다. 엘비스를 연기한 오스틴 버틀러도 "엘비스를 위한 투어를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엘비스'는 '탑건: 매버릭'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영화는 흑인음악에 빠져 있던 소년 시절부터 마흔둘의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린다. 루어만 감독은 그의 전기 영화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60∼1970년대 미국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당시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엘비스를 빼고 이야기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돈과 삶이 충돌한 엘비스의 인생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함의가 있다고 봅니다. 양치질하는 사진을 브이로그에 올리면 유명인사가 되는 시대니까요."
엘비스는 당시 흑인 전유물로 천대받던 로큰롤을 주류로 끌어올렸다. 대중음악사에 그가 미친 영향이 막대하지만, 너무 오래된 탓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닮은 사람 경연대회나 할로윈 복장 정도로 소비되고 만다. 루어먼 감독은 "블랙핑크의 로제도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로 엘비스를 처음 접했다더라"며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겨내고 엘비스도 여러분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루어먼 감독은 영화를 통해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엘비스의 내면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젊은 나이에 명성을 얻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죠. 억지로 군복무를 하고 돌아와서는 커리어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어요. 엘비스는 사랑에 있어서 성숙하지 않은, 아이 같은 존재였어요. 진정한 사랑은 어떤 건지 여러분이 판단해주세요."
말년의 엘비스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살이 찐 상태였다.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무대에 올라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를 부르는 엘비스의 표정엔 묘한 행복감이 서려 있었다. "어머니에게 사랑받는 아이처럼 미소 짓고 있었어요." 영화는 매니저 파커 대령(톰 행크스 분)의 입을 빌어 엘비스의 사인이 심장마비도 마약중독도 아닌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공연 장면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오스틴 버틀러의 목소리를 섞은 것이다. 오디션으로 엘비스 역할을 따낸 그는 1년 반 동안 연습한 끝에 엘비스의 다리떨기 춤뿐 아니라 목소리와 창법까지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오스틴 버틀러는 "음악은 엘비스의 DNA나 마찬가지다. 엘비스가 관객에게 말을 걸길 원했다"며 "엘비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닮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루어먼 감독은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영화를 보고 아버지 목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오스틴과 엘비스의 영혼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에서 엘비스는 오로지 돈만 밝히는 매니저 탓에 음악적 지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쇼비즈니스의 희생양으로 그려진다. 이같은 해석은 오늘날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 산업에도 많은 걸 시사한다고 루어먼 감독은 말했다.
"비즈니스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으면 아티스트가 무너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문화계 관계자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의 운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비즈니스만큼이나 아티스트의 정신적 건강도 중요합니다. 이걸 조율하지 못하면, 자기 영혼을 통제하지 못하면 정말 파괴적인 결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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