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향한 신동주의 8번째 '섀도 복싱', 왜 안 끝날까?

장시복 2022. 6. 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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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신동주, 29일 日롯데홀딩스 주총서 또 본인 이사 선임 제안
2016년부터 7차례 주총서 모두 부결 "주주·임직원 신뢰 못받아"
또다시 무위로 돌아갈 듯 "진정 롯데 위한다면 흔들기 멈춰야"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2일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를 시작하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0.01.22. bbs@newsis.com

[서울=뉴시스]장시복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올해에도 8번째 경영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눈길을 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또다시 본인 이사 선임 안건을 들고 나왔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2016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본인 경영 복귀 ▲본인이 지명한 인사의 이사 선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해임 ▲기존 이사진 해임 같은 안건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시도는 주총에서 번번히 부결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신 전 부회장이 허공에 대고 펀치를 날리는 이른바 '섀도 복싱'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배제된 만큼 주총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이미 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에게 미치는 타격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도 부결이 뻔한 제안을 또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이번 '롯데홀딩스 정기주총 주주제안 및 사전질의'에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로 취임한 이후 경영 성과가 부진한 데 책임을 물어 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대응'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직접 답변할 것을 추가 요청하기도 했다. 이달 유럽 출장에 다녀온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6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매번 주총 때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 성과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비슷한 안건들을 올렸지만 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재계 또다른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의 주주인 광윤사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주주 제안을 계속하고 있다"며 "광윤사가 지배주주가 아니어서 의미가 없고, 자신의 제안이 관철될 가능성도 없는 데도 제안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이미 신동빈 회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에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각각 비상장사인 롯데홀딩스 지분 1.4%, 1.6%를 보유한 것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최근 처음 공시된 자료에선 상속 분을 포함해 신동빈 회장 2.69%, 신동주 전 부회장 1.77%로 지분율이 역전됐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이어 사드(THAAD)와 코로나19 같은 초대형 변수들을 잇따라 돌파하며, 한·일 롯데그룹의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어 리더십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실제 신 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 롯데그룹 총 자산은 2011년 87조원에서 지난해 125조7000억원으로 10년새 44% 정도 성장했다. 이제 '재계 빅5'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이는 삼성그룹 화학 부문, 하이마트, KT렌탈 등의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롯데케미칼 등 화학 사업군이 그룹내 매출 비중 33%를 차지하며 1위에 오르며 그룹 체질 개선에도 성과를 보였다.

신 회장은 코로나 악재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뉴 롯데'로 변모하기 위해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포함해 롯데그룹은 국내에서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를 출범하며 지배구조 개선에도 힘을 쏟아 2014년 75만개에 달하던 롯데 순환출자 구조를 2018년 0개로 줄이며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신 전 부회장 측 주주 제안의 명분과 설득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 롯데서비스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서비스 대표 재직 당시 벌인 이른바 '풀리카'(POOLIKA) 사업에 대해 사업 판단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며 약 4억8000만엔을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준법 경영 문제와 윤리 의식 결여를 인정해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2011년 시작된 풀리카 사업은 2014년 실패로 끝났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같은 해 12월부터 이듬 해 1월에 걸쳐 롯데그룹 각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잇따라 해임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준법경영 위반으로 해임된 후 7번의 주총에서 복귀를 시도했지만 주주와 임직원의 신뢰를 받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며 "이번에 8번째 시도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창업한 롯데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젠 '발목 잡기'식 주주 제안을 멈출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iboki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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