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꿈을 꿨는데.." 박원 코치가 최종라운드 나가는 제자 전인지에게 꿈 이야기를 해준 이유

김경호 선임기자 2022. 6. 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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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운데)가 지난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박원 코치(왼쪽) 등과 우승컵을 두고 환호하고 있다. 베데스다|AFP연합뉴스


“이건 여담인데요, 마지막날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커다란 호랑이가 백구를 물고 다니는….”

전인지(28)의 스윙코치인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57·박원 모델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지난 2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전날 밤에 호랑이 꿈을 꿨다고 했다. 평소 좀처럼 꿈을 안 꿔 이상하게 여겼다는 박 코치는 “호랑이가 겁에 질린 개를 물고 어슬렁거리다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 호랑이가 뒷발로 문을 쾅 닫는데, 살짝 다시 열리는 겁니다. 그 때 개가 얼른 뛰어나와서 문을 닫아버리는 거에요.”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CC 현장에서 매니저 등 팀과 함께 있던 그는 최종라운드 시작 전에 전인지에게 꿈을 이야기하며 “초반 몇홀에서 톰프슨이 강한데,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신경쓰지 마라. 고생하다가 우승한다는 의미이니 끝까지 웃음을 잃지 말고 너의 골프를 즐기면 된다”고 당부했다.

정말 꿈대로였다. 전인지는 3번홀에서 공동선두를 내줬고 전반에 2타차로 뒤집힌 뒤 15번홀까지 끌려갔다. 그 때 문이 살짝 열렸다. 16번홀(파5)에서 전인지가 버디, 톰프슨이 보기를 기록해 공동선두가 됐고 17번홀(파4)에서는 톰프슨이 3퍼트 보기를 범해 2위로 내려갔다. 18번홀 파세이브는 전인지가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박코치는 꿈 이야기 뿐 아니라 콩그레셔널CC에서 영문명이 ‘CHUN’인 전인지가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의 최고캐디 딘 허든(호주)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우승할 운명이라고 말해줬다.

박 코치의 이런 노력은 사실 흔들리는 전인지의 멘털을 살리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첫날 코스레코드인 8언더파 64타를 쳐 5타차로 앞서고 둘째날 6타차까지 벌린 전인지는 3라운드 16번홀에서 뜻밖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3타차로 쫓기는 불안한 상황을 맞았다.

미국 언론은 역대 메이저 대회 대역전승 사례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톰프슨이 실제 역전했을 때는 “첫날 선두와 10타차던 톰프슨이 2타차로 앞서고 있다”는 그래픽을 중계화면에 올리며 흥분했다.

박 코치는 28일 전화 통화에서 “절대로 뒤집히면 안됐다. 역전 당하면 대망신이기도 하지만 선수가 받게될 엄청난 충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럼 정말로 은퇴했을지 모른다”며 “인지가 계속 미소를 잃지 않고 기운을 낸게 역전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이번 대회를 대비해 수개월 전 7번, 9번 우드를 주문해 전인지에게 적응훈련을 시켰고 전장이 긴 이번 대회 코스에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인지의 전성기와 슬럼프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박 코치에게도 그간의 심적 고통을 씻어내는 가슴 후련한 우승이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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