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가 '존댓말'로 사설을 쓰는 이유

금준경 기자 2022. 6.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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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 간 존댓말 사설, "친절한 신문되고, 독자 존중한다는 취지"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정권은 '김정은 쇼' 하느라, 군은 권력에 아첨하느라 정신이 없다. 안보는 누가 신경 쓰고 있나.” “정권의 명운을 걸고 결연한 각오로 노조의 패악질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비정상적 세제를 바로잡자는데 '대기업·부자 감세'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중앙일간지의 사설 내용이다. 강한 표현과 단정적 어조로 쓰였다. 신문의 사설은 엄밀히 말하면 '하대'는 아니지만, 강경한 어조가 평어체와 결합하다 보니 딱딱하면서도, 권위주의적이고, 가르치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매일 언론의 '평어체 사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존댓말(경어체) 사설'을 선보이는 신문도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2019년 1월부터 사설을 존댓말로 쓰고 있다. 2019년 1월 2일 강원도민일보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인상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사설의 문장을 경어체로 바꾸는 실험을 한다”고 밝혔다. 이때 강원도민일보는 '주장은 분명하게, 표현은 부드럽게'라는 사설의 모토를 세웠다.

▲ 2019년 1월2일 강원도민일보 1면

단기적인 시도에 그칠 수 있었지만 강원도민일보는 3년 6개월 째 '존댓말 사설'을 이어가며 안착시켰다. 강원도민일보에 이어 한라일보도 '존댓말 사설'을 선보였다

“여·야 참여 '강원도 원팀'을 구성치 않으면 그야말로 저들끼리의 나르시시즘일 따름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예의 '겸손함'을 앞세워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 진정한 협치를 이뤄야 민선 8기 도정 및 시·군정이 주민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하리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6월28일 강원도민일보 사설

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은 “사설은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이다. 비판에 감정이 실린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공감이 되는 비판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게 되는 것 같다”며 “독자에 대한 태도를 바꿔 서비스를 한다는 차원에서, 좀 더 친절한 신문이 되고 독자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경어체로 사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신문이 존댓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전달력과 관계가 있다. 한정된 지면에 간결하게 전할 수 있는 건 '평어체'의 장점이다. 존댓말로 쓰게 되면 지면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줄어든다. 이와 관련 박미현 실장은 “내용을 덜 담게 되는 면이 있을 수 있고 글이 늘어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러나 힘을 좀 덜어내고, 제대로 설득을 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 강원도민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강원도민일보는 법원 판결문 등의 변화를 조명하기도 했다. 2020년 법원의 '존댓말 판결문'이 등장해 논박이 이어진 가운데 강원도민일보는 “법원이 '존댓말 판결문'을 쓰는 것은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좀 더 친숙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올바른 방법”이라며 “판결문을 존댓말로 쓴다고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쓴 고압적이지 않은 판결문은 오히려 법원의 권위를 높일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박미현 실장은 “경어체 사설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제대로 전달이 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며 “경어체 덕분에 사설 내용 측면까지 더 고민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하라체'로 썼다면 같은 사설이라도 명령투가 되기 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미현 실장은 '경어체' 뿐 아니라 신문 사설 내용 자체에 문제 의식이 있다. “신문이 '탈권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신문 사설을 보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비판이라기 보다는 감정이 실리거나, 전체 맥락이 아니라 일부를 뽑아서 지적하는 식이 많다. 이런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어체가 하나의 변화긴 하지만 신문의 관점, 가치 등과 결합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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