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환경 운동-최소의 삶 가능할까?

2022. 6. 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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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니 플라스틱이니 따져보면 공허한 자본 논리에 불과하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환경 문제는 궁극적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인류의 연속성과 직결된 일이다. 캠페인이 잘못되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 이전에 최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온난화, 플라스틱 모두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지구 온난화 극복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그 굵은 줄기는 산업 재편과 경제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탄소배출이 수출의 조건이 됨과 동시에 화석 연료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선 오래된 경유차의 도시 진입이 제한되고,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능가해버린 시절을 맞게 되었다. 그 자리에 전기차가 들어갔고, 배터리 시장, 충전기 시장, 충전기 운영을 위한 전력 공급 대책 등도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궁극적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그를 위한 투자 자금은 세계 금융이 감당하지만, 결국 소비를 통해 회수시켜주는 일은 평범한 시민들의 몫이 될 게 거의 확실하다.

생각해 보자. 과연 화석 연료의 사용 중단을 위해 바다와 산에 풍력발전기를 돌리고, 산비탈을 깎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느라 시간 쓰고 돈 쓰는 일은 환경과 무관할까. 세상에는 수많은 환경 단체가 존재하고, 특급 VIP들이 재단을 만들었지만 회의를 위해 타는 항공기에도 탄소는 발생한다. 환경 캠페인에 쓰이는 전기 소모량, 환경 자선 디너쇼를 위한 육식은 과연 그저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아껴 쓰는 개인의 가치를 능가할 수 있을까? 매연 배출을 하고는 있지만 20년 동안 경제 속도를 지키며 정비에 힘써 가며 몰아온 내연 기관 자동차의 환경 관련 성능을 개선하며 살아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새로 출시된 전기차를 구입해 달리는 게 바른 일일까. 내가 파는 중고차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국제협약과 상관없는, 이른바 경제적 후진국에 중고차로 수출되어 더욱 많은 매연을 날리며 지구를 달리게 될 것이다. 도대체 이런 환경 운동과 산업의 재편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일일까. 스스로 조용히 아끼며 사는 사람들의 실천보다 환경 재단과 동행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일까?

필자는 환경 관련 NGO 몇 곳에 필자 처지에 맞는 기부금을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다. 물론 그 돈들이 매년 5월에 내야 하는 종합소득세에 포함되는, 일종의 할부금 역할을 해 준다는 점도 염두에 둔 행위이다. 보통 NGO에선 환경과 관련된 이슈를 발굴해서 취재하고 기고하고 기부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그 내용을 공유한다. 필자 또한 그들이 보내주는 이메일을 통해 식물성 기름이 다 똑같은 식물성 기름이 아니라는 사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사소한 방법들, 비건 또는 비건과 가까운 삶이 환경에 미치는 좋은 영향, 반대로 비건을 고집하는 게 지구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도 습득하곤 한다.

하지만 인류와 사회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손 바닥 위에서 운영이 된다. 특히 오로지 경제 규모에만 관심이 있는 집단에 속해 있는 국가의 시민들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그들이 만든 툴 속에서 헤어나올 방법도 없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수출을 못하고, 그러면 모두들 가난에 빠져들게 된다며 협박하는 경제 주체와 미디어 앞에서 결국 손 발 들고 멀쩡한 차를 바꾸고 높아진 세금을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만들었지 모를 그 물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면서도 언제나 떠오르는 생각은 따로 있다. ‘쓰던 것 아껴 쓰고,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조금 먹고, 에너지도 조금만 사용하고, 에어컨 돌리는 것 대신 움직임을 줄이고, 작은 집에서 살림 늘이지 않고 최소의 삶을 유지하는 게 그 어떤 정책 다 뛰어난 방법 아닐까?’이다. 또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와 상관없이 스스로 최소의 삶을 유지하는 개인이 있다면 국가와 세계 질서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도 변함이 없다. 당신에게 최소의 삶이란 무엇인가.

[글 아트만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6호 (22.07.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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