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핫한 예술 투어 어때? "국내전 소취!" 한국에 뜬 버킷리스트 작가들

이승연 2022. 6.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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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를 맞이하며 하늘길이 조심스럽게 열렸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은 마냥 편안하지 못하다. 특히 여름 휴가철마다 해외 유명 관광지를 비롯해, 랜드마크로 꼽히는 유수의 전시장을 꼭 찾던 이들이라면 아쉬움은 더욱더 클 터. 마침 ‘국내전 소원성취’를 바라던 외국 작가들의 전시 소식이 들려온다.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진전부터, 뉴욕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전시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들을 소개한다.

Boston, United-States, 1947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ohtos

▶휴머니즘 사진의 정수, 사진 작가의 바이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나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코닥 브라우니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사용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내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잘 보기 시작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나의 좁은 세계는 점점 넓어졌고, 나는 사진을 찍는 것에 진지해졌다.”(-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서문에서 발췌)

그의 뷰파인더에 담긴 순간 평범한 장면조차도 어느덧 예술이 되어버린다.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미국, 인도, 중국, 프랑스, 스페인 등지를 종횡무진하던 그는 삶의 경이로운 순간부터, 간디의 장례식, 영국 조지 6세의 대관식, 독일 데사우 나치 강제수용소의 모습 등 역사의 변곡점이라 불릴 만한 순간들을 담아왔다. 인위적인 것에 반대하며,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 셔터를 눌렀던 그의 사진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그런 그의 사진 철학을 담은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발행 7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사진 작가들의 바이블’로 꼽힐 만큼(-전쟁 보도 사진가로 알려진 로버트 카파가 남긴 말이다), 앙리 카르티에는 시대의 변화와 세대를 넘어서는 사진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다.

Seville, Spain, 1933 ©Henri Cartier-Bresson _ Magnum Photos, 1952 Images a_ la Sauvette
『결정적 순간』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오는 10월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전은 1952년 출간된 이래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산이 되어 버린 사진집 『결정적 순간』을 탄생시킨 하나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결정적 순간』에 수록된 오리지널 프린트와 사진 작품 관람은 물론, 1952년 프랑스어 및 영어 초판본, 작가의 생전 인터뷰,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한 컬렉션 등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울컥하게 할 만한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마련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편집자이자 당대 최고의 컬렉터였던 테리아드,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을 지은 사진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딕 사이먼,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책의 커버아트와 타이틀을 손수 그려 넣어준 앙리 마티스와 주고받은 편지와 일화 등 역사적인 사진집이 나올 수 있었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Info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전시 장소 예술의전당│전시 기간 ~2022년 10월2일│관람 시간 10:00~19:00(18:00 매표 및 입장 마감)

▶뉴욕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올림피아 자그놀리: Life is Color’

선명한 라인과 생긴 넘치는 색채의 일러스트부터 디자인 오브제와 키네틱 조각, 비디오 클립 등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활동하는 작가 올림피아 자그놀리. 뉴욕의 미디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뉴욕타임즈』, 『뉴요커』 그리고 뉴욕 지하철 등과 컬래버레이션 등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린 그녀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첫 국내 전시이자 아시아 첫 전시인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Life is Color’는 뉴욕과 MZ세대를 사로잡는 작가 올림피아 자그놀리만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인쇄매체 작품, 네온, 세라믹, 나무 그리고 플렉시글래스 조소를 사용해 드로잉이 3D 공간으로 확장되는 작품 등 15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Summer Girl” for LOTTE, 2021, Illustration on young people and technology for Italian newspaper La Repubblica, 201
다채로운 색감으로 드러낸 유머러스한 표현과 독창적인 상상력, 때로는 대담한 스타일과 풍부한 색채로 도발적이기까지 한 작가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그림을 따라가는 듯하다. 대도시의 기운찬 느낌을 담은 공간([In the city] 섹션) 앞에서는 활기찬 느낌을,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녀를 그린 작품(‘Summer Girl’ for Lotte, 2021)에서는 단단한 마스크 장벽 안의 얼굴도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녹아 들기도 하고, 프랑스 패션 하우스가 의뢰한 그림([The Changing Room] 섹션) 앞에서는 어느덧 나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턱은 빼든 채 스타일리시한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위에서 부터) Illustration for a coffee tin, Illy, variable size,2020 / Subject for a t-shirt collection, Prada, 2017 / “Burst into bloom” for The New York Times, 2020 /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Life is Color’ 전시장 일부
밀라노의 거리와 사람들처럼 주변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부터([In the City] 섹션),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이탈리아 시대문화를 표현한 공간([Cuore di Panna] 섹션), 상상 속 인물들을 그린 초상화와 사람들이 만나는 모습([You, Me, Us] 섹션), 작가의 작품이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관중들에게 표현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까지([Ciao!] 섹션) 총 11개의 섹션에 걸쳐 전시된다. 특히 올림피아 자그놀리가 도시 서울의 건물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 ‘Night in Seoul’을 비롯, 여성의 곡선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패션브랜드 디올의 2020년 가을 컬렉션을 독특하고 그래픽적인 스타일로 표현한 [The Changing Room] 섹션과,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유화들이 전시된 [The Kiss / Il bacio] 섹션은 주요 관전 포인트. 형형색색 유쾌한 작품을 마주하고 전시 말미 출구를 향할 때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건네는 인삿말 “Ciao 챠오!”(이탈리아어 인삿말)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따라 외치게 되는 건 작품에 담긴 작가의 에너지로 충만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Info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Life is Color’│전시 장소 세종문화회관│전시 기간 ~2022년 10월1일│관람 시간 10:00~19:00(18:00 매표 및 입장 마감)

Mini Q&A | 올림피아 자그놀리

“한국에서 첫 전시… 색이 주는 요소와 분위기가 전해지길 바라”

사진 세종문화회관
Q 한국에서의 첫 전시 소감은?

아시아, 한국에서 처음 하는 전시를 통해 저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팬들을 만나서 굉장히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특히 한국의 랜드마크(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서 굉장히 기쁘다.

Q 이번 전시 관람에 있어서 포인트는 무엇인가.

작품 세계를 구상하는 데 있어 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그중 ‘컬러’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펼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번 전시 제목도 ‘Life is Color’다. 컬러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색체만이 아니라 색이 주는 요소와 분위기가 작품 안에 굉장히 영향을 준다. 그런 무드들이 관람객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관람객들이 컬러를 보고 본인의 해석에 따라 작품을 감상해주셨으면 한다.

Q 평소 색감을 많이 활용하는데, 코로나19 시기에 작품을 선보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다른 색채와 다른 시각을 보는 기회가 됐다. 집에 있는 동안에 밖에서 보는 색감이 없는 대신 창문에 들어오는 내추럴 라이트를 보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 2번째 섹션 내 작품 ‘178 Hours in Isolation in Milan’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표현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에 비해 검정색이 많이 있지만 중간에 들어오는 햇빛이 검정색으로 인해 더 밝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처럼 힘든 시기였지만 이처럼 다른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나쁘지 않았다. 또 코로나19가 시작될 초기에 모두가 걱정하고 우울한 시기에 이탈리아 마스크가 모자르다는 얘기를 듣고 지인들이 보내줬다. 그 마음을 담아 ‘Thank you’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누구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Q 색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는데, 한국에서 느낀 색이나 표현이 있는가. 한국에 추후 다시 방문할 예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자간담회 기준 5월말 기준) 밀라노는 덥고 강렬하고 대비되는 색이 많은 것에 익숙한데, 한국에 오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했다. 또한 한국인들이 입은 옷들은 엘레강스하고, 컬러풀한 색들이 많아 그 조화를 흥미롭게 봤다. 이번 스케줄은 1주일밖에 없어서 전시 홍보에 집중하고 남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서울을 둘러볼 예정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둘러보고자 한다.

▶덕수궁에서 만나는 프랑스 작가의 미(美)

‘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장-미셸 오토니엘, 2021 ©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최근 디올이 후원하고, 국내 스타들이 방문하며 유명세를 탄 전시가 있다. 뭇 스타들의 마음을 빼앗은 작품은 다름 아닌 장-미셸 오토니엘 작가의 ‘황금 연꽃’과, ‘와일드 노트’. 국내외 대중들에게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1964~)의 작품이다.ㅊ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금박 등의 다양한 물질과 풍부한 의미를 엮어 아름다운 세계를 펼쳐온 그가 개인전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전시 이후 최대 규모로, 주요 작품 74점을 통해 작가가 최근 10년간 발전시킨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RSI 매듭’, 2019, 2019, 거울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72×65×35cm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 ‘프레셔스 스톤월’, 2021, 아쿠아마린 블루와 호박색 인도 거울 유리, 나무, 33×32×22cm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특히 이번 ‘정원과 정원’ 전은 서소문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에서 전개되는데, 전시 장소에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의도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전시 제목 속 ‘정원’은 다양한 의미를 포괄한다. 실제 전시의 장소를 지칭하는 동시에, 또한 예술로 다시 보게 되는 장소로서의 정원, 또 각자 떠올리는 사유의 정원 역시 포함할 수 있겠다. 작가는 2000년 초반부터 공공 야외 설치작업을 이어오며, ‘정원’을 작가의 주된 영감의 원천이자 매개로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전시의 경우 덕수궁 관람 후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을 거쳐 전시실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따르다 보면, 작품을 보다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장-미셸 오토니엘_정원과 정원’ 전시전경_전시실 © CJY ART STUDIO, ‘푸른 강’(부분), 2022, 청색 인도 유리 벽돌, 26×7.1m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장-미셸 오토니엘_정원과 정원’ 전시전경_덕수궁 © CJY ART STUDIO
오토니엘이 미술관을 벗어난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한 공모작, 2000년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 역에 설치한 ‘여행자들의 키오스크’(Le kiosque des noctambules, 2000)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역 입구에 세워진 마법의 공간에 들어서는 듯한 형형색색의 폴리(folly, 정원, 공원 내 세워진 건축물이나 건축적 조형물). 공공 공간 속 예술과 퍼블릭의 만남에 대해 작가는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 예술과 작가는 퍼블릭을 만나기 위해 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세계는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에 조응하며 이들을 연결하는 매듭 같은 형태로 전개된다.

덕수궁의 역사와 자연이 주는 깨달음을 표현한 작품 ‘황금 연꽃’은 이 같은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한국의 전통 건축과 공예, 회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연꽃은, 진흙에서 깨끗한 꽃을 피우기 때문에 ‘순결’이나 ‘지혜’를 상징하기도 하고, 연꽃의 씨앗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꽃을 피울 수 있어 ‘생명력’, ‘창조의 힘’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가는 이 같은 메시지를 빌려오며 자신의 손길을 더해 연꽃에 동화적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 하나하나에 손으로 금박을 입힌 추상적 형태의 ‘황금 연꽃’은 연잎으로 덮인 덕수궁 연못에 피어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전시에선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로 고통을 이겨낸 부활과,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작품들도 소개된다. 미술관 입구 양쪽에 설치한 작품 ‘바벨의 매듭’과 ‘상상계의 매듭’은 개개인의 아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일깨우며 인간의 존엄을 수호하는 미(美)의 가치와, 예술에 경의를 표한다. 꽃과 꽃가루의 확산을 저항의 기운으로 표현한 삼면화 신작 ‘자두꽃’, 미술관 1층 전시장을 채운 세 작품 ‘푸른 강’과, ‘프레셔서 스톤월’, ‘와일드 노트’ 등은 예상치 못하게 발견하는 아름다움, 무한함의 개념을 시각적 예술로 표현하는 작가의 미학을 보여준다. 어느 소재보다도 차갑고 투명하다고 생각되는 유리지만, 오토니엘의 손에서 하나의 ‘숨’이자, 희망과 소망을 피워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Info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전시 장소 서소문 본관 1층 전시실 및 야외조각 공원, 덕수궁 연못│전시 기간 ~2022년 8월7일│관람 시간 (서소문본관) 화~금요일 10:00~20:00 토, 일, 공휴일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매월 마지막 수요일 22:00까지 연장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Henri Cartier-Bresson_Magnum Photos,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올림피아 자그놀리, 세종문화회관, 각 기획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6호 (22.07.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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