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대전 전야인가? 1차대전 분석 세계적 학자의 대답

정의길 2022. 6. 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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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몽유병환자' 저자 클라크 교수 <가디언> 인터뷰
"1914년과 우크라 상황 유사점 없다"
러에 신중한 태도 보이는 숄츠 독일 총리 옹호
1차대전의 원인을 분석한 <몽유병 환자>의 저자 크리스토퍼 클라크 케임브리지대 교수. 영국학술원 누리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현재 상황은 1차 세계대전 전야와 비슷한가?

우크라이나 전쟁 뒤 또 다른 세계대전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다. 열강들이 외교보다는 힘을 과시하는 대치를 이어가다가 터진 1차대전의 상황이 거론된다.

1차대전 원인을 분석한 책 <몽유병 환자: 어떻게 유럽은 1914년 전쟁으로 갔는가>의 저자 크리스토퍼 클라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1차대전과 비교하지 말라며 주전론의 위험성도 경고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7일 전했다.

그가 쓴 <몽유병 환자>는 2013년 출간 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특히 1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에서 35만부 이상이 팔렸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각료들에게 이 책을 권한 적이 있다. 고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2014년 독일 잡지 <디 차이트>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사태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위기를 1차대전 전야와 비교하는 ‘미국 몽유병 환자’라는 생전 마지막 기고를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최근 비보도 전제를 언론에 이 책을 인용하며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호전적 언사로 분쟁으로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숄츠 총리는 자신은 1차대전 당시 독일 황제인 “카이저 빌헬름이 절대 되지 않겠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클라크 교수는 1차대전 발발의 배후에 있는 동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는 닮은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앞으로 나가기를, 머리를 난간 위로 내밀기를, 격화의 위기를 감수하기를 원치 않는다”라며 “1914년과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 사이에 유사점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1차대전은 믿을 수 없이 복잡하고, 여러 군데에 걸친 방식으로 시작됐다”며 “반면 2014년과 올해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우, 이는 단지 한 열강에 의한 평화의 침해 사례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유럽은 두 짝으로 이뤄진 동맹 시스템으로 나뉘지 않았다”며 “유럽에서 적어도 러시아는 지금 고립됐다”고 말했다.

클라크 교수는 또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2차대전 전야 사이의 비교도 일축했다. 서방에서는 현재 독일이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있다. 이는 2차대전 전에 영국 등이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화정책을 펴서 2차대전이 발발했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클라크 교수는 2차대전 직전인 “1938년 같은 것이 보이지 않고, 푸틴은 히틀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히틀러는 심각한 인종주의 철학이 있었고, 히틀러의 철학에서 독일인은 유럽 대륙 전역으로 팽창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집단이었다”며 “더 좋은 비유는 19세기 때의 기회주의적인 러시아의 포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는 오스만 제국을 희생물로 삼았다”며 “세계는 전반적으로 더욱더 19세기처럼 다극화되고 예측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방 각국이 독일의 어중간한 입장에 대한 불만을 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1853년 크림 전쟁으로 치닫는 와중에서 당시 프로이센에 서유럽 열강들과 더 강력한 동맹을 촉구한 영국의 <더 타임스> 사설 등을 거론하면서 “머리를 긁고 있는 독일을 참지 못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및 영국과의 동맹을 주장하는 지식인과 “독일 혹은 프로이센은 러시아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어떤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지식인 사이의 몇 세기에 걸친 분열이 독일에 있다는 점이 자주 간과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클라크 교수는 “외부로부터 위협이 있으면, 대부분의 정치 시스템은 그에 맞서는 결집으로 대응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는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고, 러시아 문제는 이 나라를 나누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옹호했다. 그는 “숄츠는 엉터리 물건 판매원이 아니다”며 “독일 총리가 독일의 힘을 과시할 기회를 찾기보다는 분쟁으로 끌려가기를 꺼리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올바르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라크 교수는 독일 정부는 역사의 중요한 시기에서 유럽의 신뢰를 잃을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숄츠를 이해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정책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면, 이는 긴 게임이고 큰 채찍을 휘두르기보다는 조용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조율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라크 교수는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 두는 위험은 지대하고 예측할 수 없다. 푸틴이 한 말이 명확히 보여준다”며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에 대해 (이에 따른) 장기적인 결과를 언급했는데, 푸틴은 무언가를 말하고는 이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집권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진 확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에 대해 경고한 것이 결코 허풍이 아니라는 것이다.

클라크 교수는 <몽유병 환자>에서 1차대전의 원인은 독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외교보다는 힘의 과시와 대결로 상황을 악화시킨 서방 열강 모두에게 있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 서방 열강들이 몽유병 환자처럼 전쟁으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이 2차대전뿐만 아니라 1차대전에도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기존 학설에 대한 도전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뢸은 클라크 교수의 책이 독일을 다시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클라크 교수는 그런 반론은 자신의 책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몽유병은 상황을 절벽으로 모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암호다”며 “전쟁을 도발했다는 주장들은 완전히 요점에서 어긋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어떠한 몽유병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모든 사람은 각성했는데, 이는 푸틴이 우리 모두를 깨웠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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