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태평양 도서국 구애 경쟁..미·동맹 협력체구성, 중국은 외교장관 회담 제안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입력 2022. 6. 28. 14:32 수정 2022. 6. 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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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30일 피지에서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양측의 구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호주·뉴질랜드 등과 태평양 도서국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기구를 만들자 중국은 외교부장의 태평양 도서국 순방 한 달 만에 다시 도서국들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나섰다.

호주 ABC방송은 중국이 다음달 태평양 섬나라들과 외교장관 회담을 열기 위해 10개국 외교장관을 초청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달 12∼14일 피지 수바에서 열리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PIF에 속한 10개 섬나라와 별도 외교장관 회담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초청한 10개국은 지난달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태평양 도서국 순방 중에 개최한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던 나라들이다. 중국은 당시 이들 국가와 경제·안보 협력 확대 방안을 담은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하고 협정을 체결하려 했지만 일부 국가의 반대로 불발됐다.

이후 한 달 만에 중국이 다시 해당 국가들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포괄적 경제·안보 협정을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도 중국을 조급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24일 호주, 뉴질랜드, 일본, 영국과 함께 태평양 도서국과의 경제·외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5개국 협의체 성격의 ‘파트너스 인 더 블루 퍼시픽(PBP)’을 출범시켰다.

미 백악관은 당시 “태평양 도서 지역에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규칙에 기초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에 대한 증가하는 압력 등 시급한 과제들이 많이 존재한다”며 “우리는 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회복, 안보를 계속 지원하기 위해 더 긴밀한 협력을 통한 집단적 힘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BP가 태평양의 우선 순위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비공식적인 메커니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BP 출범에는 도서국과의 협력을 통해 계속해서 태평양 진출을 시도하는 중국에 맞서 일정한 저지선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PBP가 사실상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PBP 출범에 대해 “태평양 도서국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려는 노력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런 구상이 배타적인 블록을 만들고 제3자를 겨냥하거나 제3자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중국이 서둘러 태평양 도서국과의 회담을 재추진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PIF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다음달 14일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이 그런 정황을 방증한다. PIF 회원국인 호주와 뉴질랜드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5개국의 PBP 구상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 시도를 적극 견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앞서 “우리는 태평양 각국 정부 뿐 아니라 PIF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우리의 업무를 PIF 정상회의 결과와 일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회담 제안에는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행보를 역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셈이다. 뉴질랜드 매시대 태평양 전문가인 안나 포울스는 이에 대해 “중국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기존의 지역 메커니즘을 의도적으로 교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도가 태평양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지역 관계를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ABC에 말했다. 실제 일부 도서국은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중국의 회담 제안을 거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가 알기로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회담 제안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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