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美' 앉힌다..결국 양자회담 매듭 못 푼 '韓日'정상, 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년간 경색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양국 정상의 단독 회담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첫 대면 예정인 한일 정상은 결국 '한·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갈등의 골이 깊은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양자 회담하는 것은 서로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정상을 사이에 둔 삼자 회담에 나서는 것이다.
이달 29~30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한 가지는 한·일 정상이 처음 만나는 외교 무대에서 어떤 행보를 할지다. 특히 일본과 관계 회복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자 외교 데뷔전에서 일본 정상과 단독 회담을 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양자 회담을 포기한 채 29일 오후 한·미·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개국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견제하는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맞설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 회담도 예정돼 있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 기간 2차례 한 테이블에 앉을 기회가 있지만 둘만 따로 대화하지는 않는다.
27일 밤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공식 세션에 참석하는 동시에 시간을 쪼개 주요 참가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28~30일까지 한·미·일 3자 회담 외에 양자회담 9건 등 최소 14건의 외교일정이 잡혀 있다. 앤서니 노먼 알바니지 호주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등을 면담한 뒤 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 등 정상과 단독 회담을 한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윤석열 정부와 전시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할 것"이라며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양국이 건전한 관계로 거듭나려면 노동자 문제 등 현안 해결이 급선무"라며 "일본은 지금까지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새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소통을 도모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강제 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일본의 입장에서 풀어갈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노동자 문제'는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진행되는 자산 강제 매각 등 일련의 사법 절차를 지칭한 표현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한국 사법부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양국 관계 악화 책임을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일본 측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 다만 한·일 관계 악화의 핵심 사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민관합동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가 임박해 있는 상황이어서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한·미·일 다자 회담 방식으로라도 대화 우회로를 적극 모색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발 맞추려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만남 이후 약 2년 7개월 간 양자 대면 정상회담을 진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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