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신속한 헌재 결정으로 혼란 줄여야

연합뉴스 2022. 6. 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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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관 퇴근길 (과천=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과천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기로 했다. 2022.6.27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이 27일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재가 판단을 내리는 절차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4월 30일과 5월 3일 각각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이 검찰의 수사·공소 기능을 심대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내용뿐 아니라 입법 과정 또한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의원 위장 탈당, 편법 사·보임, 회기 쪼개기 등의 '꼼수'로 합리적 토론 기회마저 봉쇄했다는 것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에서 부패와 경제범죄 등 2개 분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이미 지난 4월 말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만큼 헌재가 두 사건을 병합해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오는 9월 10일 시행될 예정인 관련법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법 시스템은 국민 보호 도구로, 잘못된 동기와 내용으로 망가지면 국민을 덜 보호하게 된다"고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최대 쟁점은 검찰의 수사권이 과연 헌법상의 권한인지 여부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입법 내용과 절차가 모두 위헌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삼권분립 정신과 국회의 자율성을 고려할 때 입법 과정보다는 그 내용을 근거로 판단이 내려질 공산이 크다. 결국 검찰 수사권 축소가 헌법에 위배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헌법에는 검찰 수사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헌법 제12조 제3항이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형사사법 체계상의 검찰 수사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를 위헌적 방법까지 동원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무분별한 공권력 남발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한 통제 장치일 뿐 검찰 수사권과는 무관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전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보듯 국가 전체의 수사 권한을 배분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이번에 검찰의 수사를 경제와 부패로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앙 부처가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은 1990년 첫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입법, 사법, 행정 등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세 개의 축이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견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서 혼란스럽고 모호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국가와 국민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상황을 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민주당이 정권교체기에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를 사회적 숙의나 합리적 의견 수렴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부터 문제였다. 이후 검찰은 개정 법률 시행 이전에 전 정부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고 이 와중에 검찰총장은 두 달째 공석 상태다. 급속하게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 쪽은 독립성과 중립성 문제로 시끄럽다. 이런 혼란은 개별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돼 있지만, 한편으로는 검수완박 관련 법률의 졸속 처리에서 파생된 측면도 있다. 어쨌든 이제 상황을 정리할 책임은 헌재로 넘어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대 사안인 만큼 명쾌한 판단을 통해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것 못지않게 결정의 속도도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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