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템페라'를 기억하는 공간..홍범 '오후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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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공간이지만 두려운 분위기는 아니다.
아니 그 반대다.
템페라는 유화가 대중화되기 이전, 그러니까 중세시대 작가들이 벽화나 패널화에 애용했던 물감이다.
실내공간에 놓인 사물을 모눈종이에 칼처럼 그려 신선한 시선과 해석을 꺼낸 이 작가의 작업과 겉은 달라도 속은 한 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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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억이 부른 감정, 실내공간으로 드러내
점토보드에 옛 회화물감 템페라를 올린 기법
독특한 종교적 분위기, 감상보단 읽게 만들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둑한 공간이지만 두려운 분위기는 아니다. 아니 그 반대다. 차분히 가라앉은 정적이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 이상이기도 하다. 언젠가 한 번쯤 들른 듯, 어디서 한 번쯤 보기라도 한 듯 푸근하기까지 한 거다. 사실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장소일 텐데.
작가 홍범(52)의 화두는 ‘기억’이다. 또 ‘공간’이다. 특별한 건 둘을 연결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한때의 기억이 불러온 감정을 실내공간을 빌려 드러낸다는데. 대부분 실내공간에서 생긴 감정을 기억이란 형태로 꺼내놓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 그럼에도 끌어내는 공감력이 적잖다. 작가의 무의식에 깔린 기억을 건져 올린다는데, 비단 작가의 무의식만인 것도 아니다. ‘들른 듯, 본 듯’하기도 하니 말이다.
‘오후의 방’(2022)을 완성한, 점토로 만든 보드에 ‘템페라’란 물감을 올린 기법도 독특하다. 템페라는 유화가 대중화되기 이전, 그러니까 중세시대 작가들이 벽화나 패널화에 애용했던 물감이다. 언뜻 종교적 분위기를 내는 작품을 위해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재료까지 동원했다면 말이다. 그 자체로 이미 범상치는 않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이은우와 여는 2인전 ‘실내’(Interior)에서 볼 수 있다. 실내공간에 놓인 사물을 모눈종이에 칼처럼 그려 신선한 시선과 해석을 꺼낸 이 작가의 작업과 겉은 달라도 속은 한 줄기다. 감상보단 읽게 만드는 작품, 그거다. 클레이보드에 템페라. 45.7×61㎝. 누크갤러리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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