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개월 군복무하며 벌목·약초캐기 동원.. 62년 만에 순직 처리

허고운 기자 2022. 6. 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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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개월이나 군에서 복무하고도 전역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이 62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7일 제52차 정기회의에서 1960년 발생한 전모 하사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1951년 군인 3명에게 끌려간 뒤 몇 달이 지나 총에 맞아 숨진 채 돌아온 정모씨 사건에 대한 진상도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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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진상규명위 "전역 보류된 채 '후생사업' 투입.. 극단적 선택"
6·25전쟁때 '국민방위군' 전사자 유공자 등록.. "전수조사 필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로고 © 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64개월이나 군에서 복무하고도 전역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이 62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7일 제52차 정기회의에서 1960년 발생한 전모 하사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전 하사의 사망 관련 기록엔 과거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유로 제대를 희망했으나, 제대하지 못함을 비관해 총기 자해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 조사 결과, 전 하사는 입영면제자였으나 동생의 군 복무를 대신하기 위해 입영했고, 1960년 당시 법정 군 복무기간 33개월을 훌쩍 넘은 64개월 동안 복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하사는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지속적으로 전역을 희망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역이 보류됐고, 결국 '제대를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

위원회는 "당시엔 복무기간을 초과하고도 군에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대부분은 벌목, 약초채취 등으로 돈을 버는 '후생사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후생사업에 장병을 동원해 번 돈을 간부들이 횡령·착복하는 일은 이 시기 군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의 하나다. 이에 당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근절을 지시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부당한 전역 연기 및 조직적 부정부패에 강제 동원하는 등 부조리한 부대적 요인이 원인이 돼 사망한 고인을 순직 처리하고 합당한 예우를 권고했다"며 "후생사업 관련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1951년 군인 3명에게 끌려간 뒤 몇 달이 지나 총에 맞아 숨진 채 돌아온 정모씨 사건에 대한 진상도 규명했다.

정씨 유족은 군으로부터 사망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으나, 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씨가 '국민방위군' 소속으로 전투 중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국민방위군'은 전쟁 중 청장년을 효과적으로 관리, 병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1950년 12월21일 '국민방위군설치법'에 근거해 창설했으나 '국민방위군 사건'을 계기로 불과 4개월 만에 법 폐지와 함께 해체됐다.

'국민방위군 사건'은 강제 소집된 병력을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국고금과 식량, 의복, 의료품, 기타 보급물자를 간부들이 부정처분·착복하는 바람에 변변한 보급도 없이 강추위에 이동하던 병력들이 동사, 아사, 병사한 사건이다.

지난달 정씨는 한국전쟁(6·25전쟁) 참전과 전사가 인정돼 전몰군경으로 국가유공자 등록 결정을 받았고 현충원 안장 등 후속 조치가 취해졌다.

위원회는 "국민방위군 사건이 개별 당사자에 대한 관련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점차 사망하고 있다"며 "과거 국민방위군설치법을 주관했던 부처 등에서 전수조사와 같은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후속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이번 52차 회의에서 이들 사건을 포함해 진상규명 24건 등 34건을 종결 처리했다.

진상규명 사건 중엔 선임들이 군기를 잡던 중 외력에 의한 쇼크로 사망했음에도 영내 개울에서 목욕 중 쇼크로 구토하다가 질식사했다고 기록된 사건이 포함됐다.

또 신체·지적 능력이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인원이 최전방 철책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자해 사망한 사건의 진상도 규명됐다.

위원회가 접수한 진정 사건 1천787건 가운데 현재까지 종결 사건은 1196건, 처리 중인 사건은 591건이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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