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00m 흰색 데이지꽃 물결..雪國 정선 하이원, 여름화원이 되다

2022. 6. 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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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탈출' 오감만족 정선여행 이곳!
하얀 샤스타데이지·원추리·수국 등
스키장 슬로프 주변 각종 야생화 활짝
가상인간 '루이'도 꽃바다 매력에 풍덩
함몰된 지하 갱도에 생긴 도롱이연못
MZ세대 탐방객엔 인생 최고의 포토존
해발 850m엔 '식객' 운암정 주막 한상..
동강 휘돌아가는 한반도지형 앞에 아찔
마을골목 골목으로 이어지는 정선 여행
에이핑크 다녀간 18번지 골목호텔 체험도

겨울 설원은 여름 화원이 되었다.

백두대간 변곡점, 평균해발 1000m 정선 고원 하이원 샤스타데이지 꽃밭은 겨울 스키장 슬로프와 같은 흰색이라 흥미롭다. 겨울 지난 후 꽃잔치가 평지보다 늦었어도 하이원 고원의 6~7월 꽃의 향연은 요맘때 알프스 야생화들처럼 가열차다. 샤스타데이지가 절정으로 치닫던 6월 하순, 서양별노랑이, 금계국은 점차 세를 넓히고 있었고, 원추리가 서서히 피어나 스키장을 수놓기 시작했다. 이어 목수국이 핀다. 겨울을 기다리며 쉬고 있는 리프트가 이들 풍경을 편안하게 내려다본다.

정선 하이원 주변의 흰색의 샤스타데이지.

전세역전·전화위복...반전매력 정선여행

장쾌하게 뻗어내리던 백두대간은 정선-태백에 이르러 구례 지리산, 울주 영남알프스 두 갈래로 갈라지기 전 몹시 주저했던지, 제주도 면적에 육박하는 넓은 고원을 만든다. 그래서 여름이 시원한 피서의 메카가 되었다.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고도의 고단함과 새 희망, 지하 갱도가 무너져 형성된 도롱이연못의 애환와 부인들의 기도, 동강이 휘돌아 나가는 곳 절벽 병방치의 장쾌함, 금강송을 한양으로 물길 운반해 ‘뗏목 목돈(떼돈)’ 쥐던 스토리 등이 숨쉬는 곳이다. 이제, 고한읍 광부 주택가는 꽃과 벽화가 어우러진 MZ세대 감성골목 12,17,18번가로, 운탄고도는 국민 산책길로, 도롱이연못은 인생샷 포토존으로, 뗏목물길 위 병방치는 국내 최고속 짚라인 레포츠의 핫플레이스로 변한, ‘반전매력’ 만이 남은 정선이다.

6월 하순에 접어들 무렵 방문한 하이원 샤스타데이지 꽃밭에는 가족여행객, 연인, 친구들이 인생샷 건지기에 분주하다. 30여명쯤 되는 옛 스코틀랜드 피크닉 옷차림의 중년 여행객 일행이 눈에 띈다. 이들은 소녀시대로 돌아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바다 같은 화원의 낭만을 만끽했다.

정선 병방치 아페라그룹 공연. 바순 연주엔 의 캐나다출신 이색, 노래엔 소프라노 남수정.

도도솔솔라라솔♪~♬...피아노 선율의 천상화원

꽃밭 한복판엔 옛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화원의 여인 코스프레를 한 여행객이 일행의 기대를 받으며 피아노에 앉아 연주한 곡은 도도솔솔 라라솔, 반짝반짝 작은별이다. 웃음 만발. 실제, 이곳에 밤이 오면 은하수와 밤하늘 수많은 작은 별을 볼수 있기에, 그녀의 초등 연주도 작품으로 승화된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루이도 단숨에 이 꽃바다로 달려왔다.

황금빛 서양별노랑이의 세력이 확장되는 가운데 피어나기 시작한 원추리는 아직 수줍다. 키가 50~100㎝, 잎 60~80㎝로, 갸날픈 몸매의 무용수 같은 꽃, 연민지정을 유발하는 꽃이다. 하이원리조트의 상징꽃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라고 해서 ‘망우초’라고도 불린다.

2006년 스키장 오픈 이후 하이원리조트는 85만㎡에 달하는 슬로프에 매년 20~40여종의 야생화를 파종하는 슬로프 화원 가꾸기를 이어왔다. 현재 목수국, 꽃양귀비 등 112종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전동카트 야생화 여행 코스는 7㎞. 하이원CC에도 데이지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국내 최장 2832m의 콘돌라 ‘스카이 1340’을 타고 해발 1340m 백운산 하이원탑 전망카페에 오르면 온 산이 발아래 놓이고 함백산과 어깨를 견준다. 스위스 쉴튼호른 ‘피츠 글로리아’가 안부럽다.

주막 콘셉트의 ‘식객’촬영지 운암정.

해발 850m서 마주한 ‘식객’의 운암정

동반자와 함께 샤스타 오미자베리아이스, 샤스타 망고스무디로 목을 축인 뒤 운탄고도의 샛길중 하나인 하늘길을 따라 도롱이연못에 갈 수도 있고, 다시 콘돌라를 타고 하강가다 중간에 내려 2.2㎞ 길이 알파인코스터의 스릴을 맛볼수 있겠다. 알파인코스터는 국내 최장 길이로 10곳의 업다운과 뒤틀림, 회오리 코스가 있어 짜릿함을 더한다. 갱도가 함몰돼 생긴 도롱이연못은 이슬비 내리는 날 삼원색 우산을 쓰고 감상하면 반영과 함께 인생샷이 선사한다. 산꼭대기에 샤스타 컨셉트의 하이원 음료가 있다면, 해발 850m 평지에 있는 ‘식객’의 무대 운암정에선 전통주 프로그램 운암작가(酌家)를 만나 릴렉스한다. ‘구름이 머무는 바위산에서 정담과 함께 대작한다’는 뜻의 주막이다. 그 옆 전통다과을 선보이는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작가 예약을 놓친 여행자들을 위해 ‘도원결의’ 술상도 내어준다.

tvN ‘산꾼도시여자들’, JTBC ‘갬성캠핑’ 등에 등장했던 도롱이연못, 하이원하늘길 자작나무숲, 운탄고도는 오는 9월, 173㎞ 길이의 안전 걷기여행길 ‘운탄고도 1330’로 완전히 연결된다. 단종의 한이 서린 영월 청령포가 끝지점이다.

정선 병방치 한반도지형과 스카이워크.

수직절벽 한반도지형 아찔...주말엔 아페라 선율

콧등치기·올챙이·장칼국수,메밀전병,묵사발로 유명한 정선아리랑시장에서 3㎞만 서쪽으로 가면, 동강이 휘돌아나가는 지점의 절벽끝, 병방치 스카이워크를 만난다. 수직절벽이라서 한반도를 닮은 10여개 지역 중 가장 멋지다. 이곳 짚라인은 최대시속 120㎞/h로 국내에서 가장 빠르다. 주말이 되자 아리랑 오페라, 즉 ‘아페라’ 그룹의 공연이 스카이워크옆에서 열린다. 고향 캐나다를 떠나 강원도로 온 푸른눈의 정선사람 이색 씨가 바순을 연주하고, 소프라노 남수정이 노래를 부른다.

정선고원의 야생화는 마을골목으로 이어졌다. 광부들의 거주지였던 고한읍 주민들은 지난 14년간 만항재와 만항마을 일대 야생화 군락지에서 축제를 열었다. 이제 축제는 하이원으로 올라가고, 꽃은 주민과 여행자가 어울려 노는 마을로 내려왔다. 꽃과 벽화로 예쁘게 단장한 집에 여행자들이 쉰다. 고한 12,17,18번가 골목호텔이다. ‘에이핑크’ 보미와 초롱이 최근 이곳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광부 가족들의 애환이 서린 도롱이연못. 지금은 MZ세대 포토존.

꽃마을 된 광부마을...울컥이는 정선아리랑 가락

흙이 좋은 고토일 마을, 물 좋은 물한리 마을이 이니셜로 합쳐진 고한 마을 골목 옆에는 지장천 맑은 물이 흐른다. 광부들 덕에 먹고살기 좋아진 이때, 그 후손과 후배들은 강원랜드 등과 의기투합해 마을골목을 여행명소로 바꾸었다. 발레리나, 마법사, 얼굴나무, 꽃사슴 벽화, 벽걸이 화분, 화단, 공방, 아나로그 사진관, 카페가 늘어선 이곳은 유럽의 유명 꽃마을 부럽잖게 참 예쁘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사북석탄유물관광촌(소장 심호용, 구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은 사전 예약 단체탐방객에 한해 갱도탐방 열차를 운행한다. 강원랜드~하이원 운암정 바로 아랫마을에 있다.

갱도 550m를 진입하는 동안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미디어아트도 확충하고 있다. 약속의 땅으로 이주해 가족들과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긴장된 마음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밀알을 캐던 광부들의 목숨건 그 길이 이제, 국민이 그들에게 감사하며 즐기는 시설로 변신한 것이다.

정선고원 여행은 유쾌·장쾌, 짜릿·시원하며 맛도 있는 오감여행인데, 수시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울컥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한다. 감동도 더위를 잊게한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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