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찰 '민주적 통제' 당위성과 바른길

기자 2022. 6. 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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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다.

행안부가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날, 경찰청장은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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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한성대 총장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다. 행안부가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날, 경찰청장은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경찰청 개청 이래 전례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국민은 혼란스럽다.

조직학의 관점에서 보면 논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과연 경찰을 지휘하는 조직을 행안부 내에 신설할 필요가 있는가? 둘째는, 경찰 지휘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면 그 조직은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 논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폐지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경찰에 대한 통제는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뤄졌던 게 사실인데, 이 민정수석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폐지됨으로써 경찰을 통제할 적절한 지휘 기관이 필요하게 됐다. 정부조직 개편의 원리에 따르면, 기능 수행은 여전히 필요한데 조직이 사라지게 된 상황이라면 적절한 조직에서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이관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 발표를 보면,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경찰 지휘 기능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정립하기 위해 행안부에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게 된 것이다. 조직학의 이론 구성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행안부의 경찰 업무 조직 신설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30여 년 전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이번 행안부 내 경찰 업무 조직 신설이 현행 경찰청을 폐지하고 과거 ‘치안본부’ 형태로 행안부에 흡수하는 게 아니라 경찰청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이 경찰청을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라 지휘 및 감독하는 ‘최소한의 조직’을 행안부 내에 설치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결국, 행안부 안에 설치될 경찰 업무 조직의 기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행안부 신설 조직은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검토와 같은 총괄 업무, 고위직 인사 제청 등 인사 업무, 자치경찰제를 지원하는 업무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출범 등 경찰의 권한을 늘리는 일련의 조치들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이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권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따른 사법 공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행안부는 경찰의 업무 체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 행안부는 국가의 질서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능들을 행안부 내 신설 경찰 업무 조직이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는 행안부와 경찰청 조직 간 갈등 속에 묻혀 버렸다.

‘정권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한다는 차원에서 행안부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행안부 경찰 업무 조직의 기능이 타당하고 바람직하게 설계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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