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서인국·오연서의 액션 활극을 맘껏 즐길 수 있겠나('미남당')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2. 6. 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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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미남당'을 편하게 시청하기 위해 제작진에게 바란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새 월화드라마 <미남당>은 시원시원한 액션 코믹 활극이다. 첫 회부터 '한귀(寒鬼)'로 불리는 한재희(오연서)의 와이어 액션이 훨훨 날아다니고, 무당을 빙자해 약자들을 돕고 가진 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남한준(서인국)의 권선징악 사이다가 폭발한다. 여기에 외모와 달리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엄청난 괴력을 가진 미남당 바리스타 공수철(곽시양)이나, 뭐든 못 뚫고 들어가는 곳이 없는 전직 국정원 해커지만 어딘지 지저분한 귀차니스트인 한준의 여동생이며 미남당의 실세 동업자 남혜준(강미나) 같은 캐릭터들의 코믹한 티키타카가 더해졌다.

보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흘러가는 코미디와 액션 활극, 그리고 사이다 전개에,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세워졌으니 성공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첫 회 시청률 5.7%가 이를 말해준다. 이대로만 죽 달려 나가면 그 결실이 심상찮아 보인다. 최근 <연모>에서부터 <붉은 단심> 같은 사극 이외에 KBS 드라마가 거둘 괜찮은 성취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과 가능성 앞에 거대한 불안요소가 드리워졌다. 방영 전부터 불거진 스태프 해고 문제가 여전히 커다란 불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 회가 방영됐던 27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미남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해고된 스태프 A씨는 <미남당> 제작사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다 해고됐다 주장했다. 물론 <미남당> 측은 이것이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명했지만 스태프 측은 "이는 엄연한 해고"라고 맞서고 있다.

<미남당>에 의해 불거진 문제지만 사실 이런 드라마 스태프의 처우와 노동환경 문제는 언제든 터질 뇌관이었던 게 사실이다. 주 52시간 노동제는 우리네 드라마 제작 환경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제작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을 교묘하게 넘겨가며 강행되는 드라마 제작 현실에 놓인 스태프들의 노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문제는 사실 주 2회 방송 같은 과거의 노동환경에 맞춰진 방송사들의 드라마 편성이라는 관성과 무관할 수 없다. 시대가 바뀌면 방송사들도 바뀌어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의 방식 그대로라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미남당> 제작발표회는 오전에 있었던 <미남당> 규탄 기자회견과는 너무나 다른 공기를 보여줬다. 스태프 관련 이슈들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치러졌다. 이건 <미남당>이라는 작품 자체가 즐거운 오락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남당> 첫 회는 시종일관 속도감 있는 액션과 코미디가 이어졌다.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을 무당이라 빙자해 실제로는 전직 프로파일러, 국정원 요원, 강력계 형사가 뭉쳐 해결해가는 <미남당>은 마치 의적 홍길동 같은 서민 정서를 카타르시스로 이끌어낸다. 이날 제기된 스태프 해고 문제 같은 사안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맘껏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에 드리워진 '노동 현실'의 문제는 그 시원시원한 액션과 빵빵 터지는 코미디 뒤편에서 힘겨운 노동 현실을 감내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땀과 눈물을 드리운다. <미남당>이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을 이야기할 때, 이들 스태프들도 법으로 정해진 권리 같은 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해고되는 현실을 겪는 셈이다.

드라마는 현실과 판타지의 결합이다. 그저 판타지로만 빠져들면 허황된 이야기로 끝나버릴 수 있고, 그렇다고 현실에만 침잠하면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외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판타지가 대중들에게 공감 받고 즐거움을 주려면, 현실문제들에 빚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작품의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제작과정에서도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와 일관된 선택들이 담겨져야 한다. 그건 작품을 만드는 이들의 진정성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남당>이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문제를 지나치려 하지 않기를 바란다. 스태프 처우에 대한 문제들을 소통과 합의로서 풀어가고, 나아가 또 다른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도 이런 과정들이 귀감이 되길 바란다. 그런 과정은 또한 어딘지 시작부터 심상찮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은 <미남당>의 불안요소들을 해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로써 무엇보다 이 즐거운 작품을 정서적 불편함 없이 온전히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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