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부상전우 보면 살아있는 내가 죄송"..제2연평해전 20년 만에 유공자로

권승현 기자 입력 2022. 6. 28. 11:20 수정 2022. 6. 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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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사진) 예비역 병장은 지난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 참전한 지 20년 만인 올해 1월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이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보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탓에 국가유공자 심사 과정에서 네 번이나 떨어졌다.

이 씨는 "국가에 섭섭할 때도 있었지만 이젠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사자 가운데 고 황도현 중사를 특히 잊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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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예비역 병장

“정신적 고통 인정 안해주는 국가에 섭섭했죠”

이재영(사진) 예비역 병장은 지난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 참전한 지 20년 만인 올해 1월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이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보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탓에 국가유공자 심사 과정에서 네 번이나 떨어졌다. 제2연평해전 당시 22세였던 이 씨는 어느덧 42세가 됐다. 이 씨는 “국가에 섭섭할 때도 있었지만 이젠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년 전의 기억을 힘겹게 떠올렸다. 2002년 6월 28일 이 씨는 이튿날 자신이 탄 함정이 북한의 포탄으로 쑥대밭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막 제천함에서 참수리 357호로 근무지를 옮겨온 터라 바짝 긴장한 채로 분위기 파악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참수리 357호의 병기병(탄약고 관리 병사)이었던 그는 “여느 때처럼 조업 통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실전 전투 배치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병기와 탄약을 모두 불출하자 밖에서 누군가 ‘엎드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 그렇게 그날의 악몽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때의 교전으로 참수리 357호정의 군인 25명 가운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다쳤다.

이 씨는 전사자 가운데 고 황도현 중사를 특히 잊지 못한다고 했다. 제2연평해전 전날이자 이 씨에겐 참수리 357호에서 근무한 첫날, 황 중사는 긴장감에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얼어있는 이 씨를 밖으로 불러냈다. 황 중사는 “부모님과 여자친구한테 안부 인사해라. 나는 잠시 볼일을 보고 오겠다”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 이 씨는 “그 따뜻한 마음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처참한 모습으로 전사한 황 중사를 교전 중에 목격했다. 그 충격은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제2연평해전의 후유증은 아직도 그를 괴롭힌다. 이 씨는 “유가족이나 다친 전우들을 보면 살아있는 나 자신이 죄송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북한에 대한 복수심이 끓어올랐다가도 다시 사그라든다. 심할 땐 잠을 못 잘 정도로 조증과 울증의 진폭이 컸다. 아직도 각종 보훈 행사가 있는 6월엔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괴롭다. 이 기억에 압도되면 순간적으로 손이 떨릴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이 씨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한 것일 뿐, 특별히 박수받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는 “모두와 똑같이 군 복무하던 중에 내가 있던 근무지에서 교전이 났을 뿐”이라며 “주변에서 추켜세워주지만, 난 그 당시 군 복무했던 사람 중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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