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김윤진 "유지태, 현장서 정말 여자친구처럼 대해줘"[EN:인터뷰②]

이민지 2022. 6. 28. 10: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6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김윤진은 대한민국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협상팀장 선우진 경감 역을 맡았다. 남측 협상 담당자로 뛰어난 능력과 날카로운 눈썰미로 강도단의 허점을 잡아낸다. 강도인질극 설계자 교수(유지태 분)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한편 그와의 멜로까지 그려낸다.

- 공개된 작품을 어떻게 봤나. 작품과 선우진 캐릭터에 대한 반응 중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 ▲ 파트1은 공개되기 전에 봤다. 재밌게 봤다. 나는 TF 안, 내 촬영 분량만 알았는데 조폐국 안에서, 교수 등 다른 신들이 많아서 '저 장면을 저렇게 소화했구나'를 처음 보는거였다. 그래서 몰입하면서 재밌게 봤다. 빠른 속도를 좋아하는 20대 관객들에게 재밌게 다가가겠다 생각했다. 내가 연기한 역할이다 보니 처음 볼 때는 아쉬움을 당연히 느꼈다. '저 장면에서 저걸 하지 말았으면 어떨까, 저걸 뺏으면 어떨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내 부분은 집중을 못했다. 일정이 끝나면 차분히 다시 봐야 정확히 보일 것 같다.

- 선우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 이런 하이스트 장르에서 사건을 주도하는 사람이 아닌, 특히 여성 인물이 복잡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 거의 없다 생각한다. 대본을 봤을 때 그 부분이 반가웠다. 원작에 비해서는 디테일이 많이 빠졌다. 시즌1,2를 압축해서 장점만 뽑고 더해 한국적인 요소를 넣었으니까. 원작에서는 라켈과 교수가 사건 후 처음 카페에서 만난다. 그들의 만남부터 관객들이 단계를 볼 수 있다. 그런 부분이 빠진건 아쉬웠지만 우리 작품은 빠른 전개가 있다. 그럴 바에는 만난지 2개월 정도 됐다는 설정이 현명했다 생각한다. 선우진은 싱글맘이자 치열한 양육권 다툼을 하고 있다. 원작과 다르게 전 남편이 유능한 정치가, 유력한 대선 후보고 그와 싸우게 된다. 엄마가 치매로 고생하고 있고. 일상도 복잡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TF 본부에 투입된 후에는 남북 캐릭터들이 주는 갈등 뿐 아니라 유일한 여성으로서 남성 세계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역할이다. 이런 캐릭터를 하면 강하게 보이고 싶고 남성적인 부분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 뻔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여성적인 부분, 특히 침착하고 섬세한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TF 본부 안에서는 설명 대사가 많았다. 그게 마치 내가 방금 생각한 아이디어처럼, 스피디하게, 템포있게 설명해야 TF 본부 신이 다이나믹 하게 보일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신경 썼다.

- 교수와 아이러니한 로맨스 연기를 펼쳤는데 이 묘한 관계에 대해 어떻게 감정이입을 했나. ▲ 관객들도 알고, 교수도 안다. 나에게는 박선호라는 남자다. 긴박한 일을 처리하고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일상적으로 오는 압박감과 책임감에서 유일하게 숨 쉴 수 있게 하는 남자다. 당연히 난 몰라야 하고, 2개월 전에 만난 남자지만 유일하게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남자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유지태씨는 워낙 좋은 파트너이다. 첫날부터 '교수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그 역할에 몰입해서 오셨다. 현장에서 나를 정말 여자친구 대하듯 대해줬다. 많이 챙겨주고 따뜻한 커피도 준비해주고. 배우들 중 가장 현장 뿐 아니라 밖에서도 문자나 전화통화 하면서 이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을 공유했다. 압축된 우리 관계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내가 한 연기니까 어떻게 표현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보시는 분들이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쌓아갈 감정을 파트2에서도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 평소엔 카리스마 있는 선우진인데 술 취한 연기가 굉장히 사랑스러웠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 장면이 선우진과 교수의 멜로에 설득력을 부과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 나는 술을 한방울도 못 마신다. 놀랍죠(웃음) 나랑 '종이의 집'에 나오는 전종서 씨가 술을 잘 마실 것 같이 보이지만 둘 다 술을 한방울도 못 마신다. 술 취한 연기는 생각보다 힘들다. 술을 못 마셔서 힘든게 아니라 술을 잘 마셔도 힘들거라 예상한다. 그나마 우진이가 유일하게 자기 모습을 본연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게 박선호(교수)다. 조폐국에서 베를린(박해수 분)에게 완벽하게 당하고 나와서 언론의 비난을 받고 책임자로서 어떻게 책임질까. 차무혁(김성오 분)가 내가 좋아하는 박선호를 의심하고...그 복잡한 심경에서 우진이가 선호씨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술 마시고 '악'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현장에서 그냥 나온거다. 우진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얼마나 말이 안되는 상황일까. 인질들이 나 때문에 다치면 어떻게 하나. 너무 큰 짐을 지고 있는 여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관객분들께 전달할까 했다. 리허설 때 한번 해보니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셔서 했다. 교수와 우진이의 만남, 이들이 어떻게 애정을 쌓아가는지가 '종이의 집'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나오는 장면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빠진 부분이 채워질까 지태씨와 많이 고민했다. 그때 날씨도 좋고 밤거리도 아름다웠다. 상황과 분위기에 취해 재밌게 연기했다. 그리고 든든한 파트너가 있으니까. 내가 어떤 공을 던져도 잘 받아주는 지태씨가 있어서 마음껏 여러가지 연기를 했다.

- 상대역인 유지태를 비롯해 강도단, 군경, 인질 등 수많은 후배 배우들과 연기 합을 맞췄다. 앞으로 활약과 글로벌 인기가 기대되는 후배 연기자가 있었다면? ▲ 유지태 배우님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배우다. 옛날에는 유지태 배우가 없었으면 CF는 누가 찍지? 할 정도로 TV를 틀면 나왔다. 젊음, 바른 사나이. 정말 이미지도 좋은 스타였다. 동시대에서 같이 성장해온 배우로서 이 작품에서 함께 만난게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후배지만 내가 오히려 더 많이 의지한 부분이 있다. '종이의 집'에 앞으로 K콘텐츠를 반짝반짝 빛나게 할 인재들이 많다. 박해수 씨는 내가 굳이 이야기 안해도 우리 작품을 너무 빛나게 해주셨다. 이현우 씨, 전종서 씨, 이주빈 씨, 김지훈 씨, 장윤주 씨 등 모든 배우들이 각각 다른 작품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가 많이 된다. 비중 때문에 조금 덜 보였던 헬싱키 김지훈 씨, 오슬로 이규호 씨도 다른 작품에서 주목 받고 장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활약할 것 같아서 기대된다. 박명훈 씨는 '기생충'으로 증명된 배우니까. 김성오 씨는 TF 촬영 때 많이 의지했다. TF 본부 분위기 메이커였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기회가 다시 올까 싶을 정도로 배우들 안에 내가 포함돼 있다는게 너무 기뻤다. 가장 아쉬운건 조폐국 안에 내가 한번 밖에 못 들어간 것이다. 좋은 배우들과 눈을 맞추면서 호흡할 기회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 한국 작품으로 이렇게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수 있다는 최근의 변화에 관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 K콘텐츠가 전세계에서 각광받는 부분에 대해 정말 브라보. '로스트'라는 드라마를 끝내고 '내 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오지 않을거다' 생각했다. 그때는 OTT 플랫폼이 없던 시절이니까. '로스트'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게 기적적인 일이었다. 지금 한국어로 작품을 찍는데도 불구하고 전세계에 소개된다는 자체를 상상도 못했다. 2004년 '로스트'에 처음 캐스팅 됐을 때 ABC 퍼블리스트가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팩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미국 드라마에서 주요 인물 중 아시아 배우 2명을 캐스팅한게 최초라고 했다. 그게 2004년이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K콘텐츠가 성장할거라고는 꿈도 못 꿨다.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 밖에 못 드릴 것 같다. 내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에 이런 기회가 온 것도 너무 기쁘다. 이 열풍이 계속 지속돼 좋은 감독님, 배우들, 작가님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스트' 했을 때 언론에서 나에게 격려해주시는 차원으로 '월드스타 김윤진'이라 불러주셨던 시절이 있다. 그때마다 땀이 나고 몸둘 바를 몰랐다. 너무 큰 기대 아닌가 초반엔 불편하기도 했는데 1년 정도 지나다 보니까 그렇게 되라고 하는 격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다 '진정한 월드스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 드라마나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작품에 들어가려 노력할거고. 격려해주신 만큼 끝까지 달려서 그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뉴스엔 이민지 oing@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