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오피니언]폐기물 소각장 '불연물 분리·선별제도 도입' 시급하다
[이민석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급격한 산업성장과 함께 불가피하게 발생 될 수밖에 없는 폐기물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시대적 핵심 해결 과제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모든 산업의 경영이념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시대적 화두가 됐고, 그중에서도 환경(environment)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다.
우리 정부도 2020년 7월에 한국판 그린뉴딜정책이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9월에 탄소 중립 기본법을 제정, 공포해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전략, 기본계획수립 및 이행 점검 등의 법적 절차를 체계화했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장기 실천계획으로 산업, 경제, 사회, 환경분야의 모든 영역에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 민간 소각업계에서도 적극 동참해 자원순환기본법을 근간으로 반입된 폐기물을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든 폐기물은 재활용으로 우선 처리하고 소각대상을 최소화하되 이 과정에서도 열에너지를 회수해 최종적으로 에너지 재활용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민간 소각시설에 반입되는 폐기물은 약 30% 이상 불연물이 혼합된 상태로 반입되고 있다. 최근 재활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폐기물의 성상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30년 전에 제정된 폐기물관리법시행규칙을 근거로 불연물을 사전분리·선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소각로에 그대로 투입하게 강제하고 있다. 이는 소각처리공정의 효율을 저해하는 장애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탄소중립 실천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 폐해는 국가자원인 탄소배출권 낭비로 귀결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비율로만 적용해도 연간 193만 2000t이나 된다. 소각시설에 투입되는 불연물이 소각폐기물의 총중량으로 산출되는 온실가스 발생량 산정방식에 의해 발생하지도 않은 가상의 온실가스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소각시설에 폐토사 등 불연물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연소가 불완전해 일산화탄소 등 대기 오염물질도 과다하게 발생한다. 떨어진 발열량으로 인한 불완전연소로 소각로의 법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보조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온실가스도 추가 발생한다.
불연물로 인해 과다 배출되는 소각재는 소중한 국가자원인 매립시설의 가용수명을 단축한다. 불연물로 인한 소각재는 연간 약 90만t에 달한다. 민간소각시설의 허가 처리능력의 30%가 불연물 처리량으로 낭비돼 이중으로 폐해가 발생하는 현실이다.
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온실가스 감축의무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규제개혁사항으로 이의 개선을 절실하게 요청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불연물이 폐기물 소각량에 산정돼 국가온실가스 발생량이 불필요하게 계상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발언이 있었다.
환경부에서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소각장에 반입되는 불연물의 사전분리·선별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불연물 선별작업을 하루 수백t씩 처리해야 하는 소각사업장에서 단순히 인력만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각사업장에 전문선별시설을 함께 갖출 수 있도록 해야 이 규제개혁의 취지가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전분리·선별 제도를 도입하고도 이를 현장에서 접목할 수 있는 기계화된 장비를 설치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제도 도입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수십 년간 소각전문업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돌아본 전국의 소각장에서는 일명 ‘불연물이 반(半)인’ 폐기물이 소각로에 그대로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소각장에 반입되는 불연물 사전분리·선별 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시도에 반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동시에 분리·선별 시설 설치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해 업계가 탄소중립을 향한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새로운 폐기물 처리 체계를 정립할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한다.
유진희 (sade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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